“1960년대와 2000년대의 한국 전자산업 위상은 완전히 다르지요. 지금 중국의 위협으로 한국 전자·IT산업이 위기 의식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한민국 전자인의 저력은 이를 충분히 극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은퇴한 전자인의 모임인 전자정보인클럽 윤정우 회장(67)은 지금 한국에는 잘 교육된 너무나 우수한 젊은이들이 전자산업을 떠 받치고 있어 든든하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위기 위기 하지만 사실 지금 전자·IT산업 만큼 우리 경제를 지탱해 주고 있는 산업도 없습니다. 2000억 달러 수출 가운데 절반인 1000억 달러를 책임지고 있는 지금의 한국 전자산업 위상은 은퇴한 우리 전자정보 기술인클럽 회원들에게는 긍지이자 자부심입니다.”
지난 96년 발족한 이 클럽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조촐한 세미나를 갖는다. 세미나는 현직 전자업체 임원이나 정부 사무관 등으로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조언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올해부터는 은퇴한 거물급 전자인을 초청해 후배 전자인에게 경험을 들려주는 프로그램도 종종 마련되고 있다.
“클럽을 만들 때 목적은 은퇴한 사람과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이 모여서 한국전자공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뭔가 봉사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결성장소는 삼성전자 강진구 전 회장의 집무실이며 34명의 원로 회원이 뜻을 같이 했습니다.”
현재 이 클럽에는 현 과기부장관인 오명 장관을 비롯해 전직 과기부·상공부 장관, 삼성전자 등을 비롯한 국내 굴지 전자 대기업, 대덕전자 김정식회장 등 중견기업 등의 최고 경영자 3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우리나라 전자산업 태동기에서 성숙기를 이끌어 온 분들이 거의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사실 아직은 활성화가 덜 돼 있고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전자정보인 클럽을 은퇴를 앞 둔 전자인 모두가 가입하고 싶어하는 대표적 모임으로 만드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윤정우 회장은 한국 전자산업의 산 증인이다. 상공부 시절 초대 전자과장을 지낸 윤회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전자공업육성방안’ 마련에 일역을 담당하면서 전자산업계에 투신했다.
“당시 전자공업육성방안은 좀 더 세심한 보완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박 대통령이 일단 시작하고 죽을 때까지 보완하라는 특명을 내리면서 어설프지만 빛을 보게 됐습니다.”
그러나 당시 어설퍼 보였던 전자공업육성 노력은 결국 무모해 보였던 ‘5년 만에 수출 1억 달러 달성’이라는 목표에 거의 근접하는 9200만 달러 수출을 일궈냈다.
“당시 우리 전자제품 수출은 180만 달러였습니다. 이것을 5년 뒤에 1억 달러로 끌어 올리겠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미친 놈이라고 했지요. 그러나 전자산업이 섬유산업을 앞서가기 시작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윤회장의 고민도 현직 전자인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부상이다. 거대공장 중국의 비약적 발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수한 인재라는 희망과 세계 수준의 기업·기술력이 있습니다. 황무지였던 60년대에도 기적을 일궜는데 지금 못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 젊은이들을, 우리의 저력을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 전자정보인클럽 회원들은 세상을 지탱해 나갈 젊은 블도우저들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가드레일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습니다. ”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etnews.co.kr
사진= 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