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에 비해 시장개방주의적인 부시 대통령의 재선 성공은 국내 제조업 수출에 다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미국의 지적재산권 및 국내 표준화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력은 여전하거나 되레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FTA 체결 속도 붙을 듯=가장 큰 현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다. 자국산업 보호를 강조한 케리 후보에 비해 다소 완화된 입장인 부시 대통령이 재집권함으로써 FTA 체결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크리스토퍼 힐 주미대사는 선거날인 지난 3일 진대제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미 FTA 조기체결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 제조업 관련 협회들이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이집트 등을 좋은 파트너로 여긴다는 입장이어서 예전과 같은 보호무역 장벽에 대한 부담은 적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체결이 성사되면 우리 기업의 수출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우리의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디지털TV 등에서 미국 기업과 맞부딪칠 게 없기 때문이다. 휴대폰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시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인한 수요 확대도 기대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FTA 체결에 다소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 출범 예정인 미주무역자유지대(FTAA)가 우리 제품의 미주 수출에 미칠 영향을 심도있게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치여서 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의 이행상황을 전면 검토해서 통상마찰을 예방해야 한다.
◇줄기세포와 우주기술 연구엔 부정적=과학기술 분야엔 큰 파장이 없겠지만 줄기세포 연구, 우주기술 등 특정 분야의 공동연구와 선진기술 습득 측면에서 케리의 당선에 비해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시 행정부에서 이뤄진 한·미과학기술 공동위원회의 장관급 격상, 장관회의 정례화 등 양국 간 과학기술 정책협력 기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내 표준화 문제 제기 이어질 듯=오는 10일과 11일 한·미 양국 간 분기별 정례 통상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그동안 양국 협상자리를 뜨겁게 달궈왔던 무선인터넷플랫폼 위피(WIPI) 표준화와 KT 조달물자 협정 등 IT분야 현안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다만, 휴대인터넷(WiBro) 기술표준에 대해선 미국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7월 우리 정부가 사업자 선정을 위해 IT 전문가 협상을 종결하고 기술표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만큼 그간 미국 측이 검토한 입장이 이날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국제표준인 IEEE802.16을 기준으로 이중화방식(TDD)까지 접목해 국제적 정합성을 갖춘 만큼 단일 표준 시비가 더 불거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부시 정부 역시 자유시장경쟁체제를 내세워 지속적으로 자국기업을 위한 개방 압력을 가하는데다 미국 IT기업들이 우리나라의 기술표준 선도를 경계하는 만큼 제2, 제3의 위피와 휴대인터넷이 잠복해 있다는 진단이다.
◇지재권 압력도 가중=미국 측은 일시적 복제인정, 기술적 보호조치에서 접근통제 인정, 저작권보호기간 연장, 친고죄 폐지 등 자국의 소프트웨어 산업보호를 위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요구해왔다. 자국산업을 중시한 케리와 달리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부시가 재선됨에 따라 국가 간 관세 및 규제 폐지도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벌충하기 위해 지재권 강화에 대한 미국 측의 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백형기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지재권팀장은 “부시가 재선됨에 따라 국가 간 FTA협정이 탄력을 받고 지재권 분야에 있어서도 저작권 강화, 국가 간 보호체계의 통일화, 국제적 협력체계 등에 대한 협력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점에서 미국과 SW지재권과 관련해 연 3회 개최되는 ‘한·미지재권연례협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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