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칼럼]열린 여성사회와 그 적들

요즘 신혼재미가 어떠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물어보나 마나 “좋습니다”라고 대답을 하는데,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지, 인사 대신으로 물어보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게 물어봐 주는 것이 훨씬 기분이 좋은 것을 부인 할 수는 없다. 모두들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기쁨을 알 테니까.

흔히 여성이 혼자 일하는 것과 결혼해서 주부로 사는 것을 완전히 상반되는 개념으로 마치 세상에는 이 두 부류의 여자만 존재하는 것처럼 비교하기도 한다. 마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이나 사람들이 나에게 결혼에 대해 물어보면 결혼도 능력이고 혼자 사는 것은 결국 능력이 그만큼 모자란 결과가 아니겠느냐라고 답을 하곤 했는데, 일하느라고 바빠서 결혼을 못했다라는 답을 기대하던 사람들은 갸우뚱하며 기대하지 않은 답에 의아해 하곤 했다.

그러나 사실은 함께 살아갈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축복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혼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슬픈 일이라는 것을 더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인생을 함께할 사람, 혹은 풍요하게 해 줄 가족을 그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에게 있어 일과 결혼이 이분화 되는데는 여자에게 열악한 사회 때문이었을 것이다. 구조조정도 결혼한 여자가 1순위 이고 남편도 없는 여자가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글쎄, 얼마나 될까.

이런 닫힌 사회에서는 여자의 신분상승이 결혼을 통해 이뤄지는 것과 그래서 젊은 여성들이 신데렐라 스토리의 재벌2세 드라마에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구조적으로 열등한 대접을 받던 여성들이 서서히 사회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4,50대의 주류 층도 이제 자신들이 지금껏 이해하는 여성과 사뭇 다른 신개념들의 여성관으로 그들의 사고전환을 해야 한다. 항상, 어머니로, 애인으로, 집사람으로, 딸로 존재하던 여성들이 어느날 회의 책상에서 마주보고 앉아서 언제든지 자신을 쓰러트릴 수 있는 대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가부장적인 유교문화에서 출발한 한국 남자들로서는 별 반갑지 않은 변화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딸이 활동할 20년 후 모습을 상상한다면 사회가 여성에게 차별을 주지 않게 변하는 것에 그리 섭섭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변화 역시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만 말이다.

젊은 여성들은 이제 우리세대가 경험했던 일과 결혼이라는 이분법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인생에 있어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 수 있는 자아를 찾는 것부터 고민했으면 한다. 그 다음은 그 소중한 것을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물 흐르는 듯이 인생 속에서 함께 나아갈 상대가 나타나면 그 손을 잡으면 될 것이다.

<이젠 사장 saralee@e-ze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