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드래곤플라이 박철승 부사장

누적회원 200만명 돌파, 동시접속자 3만명 달성. 일인칭슈팅(FPS) 게임 ‘스페셜포스’의 최근 성과는 한마디로 눈부시다. 전작 ‘카르마온라인’도 최고 동시접속자 8만명이 넘는 경이적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모두가 힘들 것이라고 얘기했던 FPS 분야에서 국산 게임으로 성공 가능성을 열어보인 것.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FPS 게임의 대명사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압도할 정도. 그리고 이 모든 성과 뒤에는 드래곤플라이의 개발을 총괄하는 박철승(37) 부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95년 아마추어 개발팀으로 출발해 10년간 개발에 매진한 박 부사장의 개발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 친구따라 강남가다

대학에서 금속재료공학을 전공하던 박 부사장이 게임개발과 인연을 맺은 건 우연에 가깝다. 게임스쿨에 등록하러 간 친구를 따라갔다 우연히 학원에 등록한 것이 프로그램을 배우게 된 시작이다. 어린 시절부터 유달리 게임을 좋아하던 성격탓에 학원을 찾자마자 실제로 배우고 싶은 욕망이 동했던 것. 그곳에서 게임 프로그램 과정을 이수한 박 부사장은 95년 주변 동료들과 함께 팀을 만들고 상업용 게임개발에 나섰다. 10개월 간의 사투 끝에 내놓은 그의 처녀작은 RPG 게임인 ‘운명의 길’.

“게임 출시가 임박해 잡지사 인터뷰를 할 때까지 팀이름로 만들지 못했었죠. 그저 게임이 좋아 시작한 것이다보니 두서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즉석을 만든 것이 바로 현재 사명인 ‘드래곤플라이’입니다.”

이후 박 부사장은 ‘카르마’ ‘밸피어기스나이트’ 등의 RPG 게임을 잇따라 내놓는다. 박 부사장의 게임은 인기 뿐만 아니라 당시 급변하는 게임 신기술을 주도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운명의 길’에는 국내 최초로 ‘MOD’라는 디지털 사운드가 도입됐으며 ‘카르마’는 국산 게임 최초로 다이렉스X 기반 3D RPG로 제작돼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는 아동용게임인 ‘날아라 호빵맨’ 시리즈를 히트시키며 중견 개발사로의 발돋움시킨다.

# 게임 접어야 하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드래곤플라이가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갈 쯤 국내 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맞는다. PC게임 시장은 불법복제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그나마도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이 석권해버렸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을 더 해야 하나 고민이 들더군요. 게임 기획서를 들고 다녀도 투자자를 찾기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비전을 그릴 수도 없었죠. 게임을 좋아하는 열정만으로는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까지 들었습니다.”

이런 위기의 순간에 그를 구원한 사람은 그의 형인 박철우 사장이다. 오리콤, 한솔엠닷컴 등 대기업에서 근무해 온 박 사장은 동생의 투자 유치를 돕던 와중에 아예 드래곤플라이의 대표로 취임한다. 박 사장 취임 후 드래곤플라이는 투자유치 뿐만 아니라 조직관리에서도 회사다운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대신 박 부사장은 복잡한 경영에서 벗어나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형제의 투톱이 환상 조화를 이루기 시작한 시기다.

# FPS에 도전하다

RPG에 이어 박 부사장이 주목한 장르는 바로 FPS다. 평소 ‘둠’이나 ‘퀘이크’ 시리즈를 좋아했던 FPS 게임으로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렇게 기획된 작품이 바로 ‘카르마 온라인’. 하지만 FPS 분야는 이미 밸브, 아이디소프트 등 해외 유수 개발사들이 다년간의 개발 노하우를 쌓아온 터라 한순간에 기술적 격차를 줄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박 부사장은 한국 시장의 장점인 온라인 노하우를 FPS에 접목하는 시도에 나선다.

“선진업체들과의 기술적 갭을 하루아침에 줄이기는 어려웠습니다. 제작여건이나 투자비 모든면에서 무리가 따를 밖에 없었죠. 대신 그래픽이나 액션성에서는 뒤질지 몰라도 온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FPS 게임으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테트리스’처럼 가볍게 즐기는 FPS게임이 바로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카르마 온라인’은 저사양 PC에서도 쉽게 돌아갈 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 크기도 최소화해 온라인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게 했다. 또 ‘테트리스’의 장점을 접목, 키보드 버튼 몇개 만으로 게임을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했다. 이런 그의 생각이 주효해 ‘카르마 온라인’은 최고 동시접속자 8만6000명이라는 FPS 게임 사상 초유의 기록을 끌어낸다.

‘카르마 온라인’의 후속작으로 개발한 ‘스페셜포스’는 전작의 단점을 대폭 수정한 새로운 도전. FPS 게임을 서비스 하며 쌓아온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게임 밸런싱을 안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FPS 게임의 백미인 팀플레이를 극대화시킨 것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이모션 엔진을 새롭게 도입해 캐릭터와 맵 등 그래픽 효과도 대폭 개선시킬 예정이다.

# 지뢰찾기 속에 담긴 의미

박 부사장이 최근 가장 즐기는 게임은 ‘콜 오브 듀티’ ‘아웃런’ 등이다. 하지만 가장 오랜 시간 즐겨온 게임은 단연 ‘지뢰찾기’.

“제가 가장 즐겨하는 게임은 ‘지뢰찾기’입니다. 이 속에는 행운과 불행이 마주치는 시작 클릭에서부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복잡한 순간까지 인생의 여러 역경이 모두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지뢰찾기’에 대한 예찬론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저절로 차기작 컨셉으로 이어졌다. 당연히 ‘스페셜포스’를 이을 FPS 게임이 기획될 것이라는 기자 생각과는 달리 그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도 고려하고 있는 눈치다.

“저는 스트레스를 안주는 게임을 선호합니다. 복잡한 게임성도 좋지만 게이머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면 게임의 주된 기능이 전도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향후에는 사실성이나 시뮬레이션 요소가 강한 게임 보다는 톡톡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즐거운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물론 그동안 노하우를 축적해온 FPS 후속작도 발전시켜 나가야 겠죠.”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