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게임업체, 그리고 다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유능한 산업일꾼들을 양성하고 있는 김창배 주성대 교수는 이력은 다양하지만 게임과 관련돼 한 우물만 파 왔다는 점에서 중심이 흔들린 적은 없었다.
보통 사람들이 경험하기 힘든 여러 곳을 거치며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운 만큼 김 교수가 바라보는 게임업계의 비전은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김 교수는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온다면 게임업체에서 성공신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꿈도 버리지 않고 있다.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대학에 다닐때 전산학을 전공했었는데 이때 애플컴퓨터에서 처음으로 게임을 접하게 됐는데 컴퓨터에서 구현되는 게임에 푹 빠졌지요. 이것이 인연이 되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김 교수는 대학을 두번 다녔다. 한번은 이공계에 진학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웠고 다음에는 국문과에 입학해 예술과 인생을 배웠다. 극과 극을 오간 셈이다. 마치 게임이 흥미 있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지만 컴퓨터를 통해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 처럼 김 교수는 양쪽을 모두 경험한 것이다.
# 첫 인연은 대학에서 두번째는 문화부에서
김 교수는 대학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무엇인가 움직이도록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될 무렵, 실제로 같은 하숙집에 애플컴퓨터를 갖고 있는 대학원 형님을 통해 ‘팩맨’이라는 게임을 해 볼 수 있었던 것이 첫 인연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게임과 자연스럽게 인연이 됐던 김창배 교수는 두번째 인연을 맺게 된다. 1996년부터 문화관광부에서 게임업무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공무원으로 당시 막 산업기반을 다져가고 있던 게임산업을 맡게 된 것은 김 교수에게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일이 인연이 되어 김 교수는 게임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만든 게임종합지원센터(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서 일하게 된다. 김 교수는 게임업무를 담당하면서 매순간 힘이 들기도 했지만 즐거웠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한다.
‘이달의 우수게임’과 ‘대한민국 게임대상’, ‘해외전시회 참가지원’, ‘우수게임 사전제작지원’ 등 여러가지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으며, 게임종합지원센터가 설립되는 것을 보았을 때는 이제 게임이 부정적인 인식을 벗어버릴 수 있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그리고 게임업체가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늘 즐거운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김 교수는 2000년 8월부터 2001년 8월까지 1년 동안 잠깐 게임업체에 몸을 담았다. 게임브로드밴드 및 카마엔터테인먼트의 이사로 일하는 동안 김 교수는 게임산업 현장에서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체험했다. 그리고 주성대로 자리를 옮겼다.
# 하는 일은 달라도 게임산업을 위한 마음은 하나
관과 업계, 학계를 모두 경험해 본 김 교수는 남들 보다 더 폭넓은 시각으로 게임업계를 볼 수 있게 됐다.
“각자가 하는 일이 달라 보여도 모두가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의 목표가 같다고 봅니다. 서로가 지향하는 바는 같지만 조금씩 달라 보이는 것은 지금의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김 교수는 “기업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노력하는데 비해, 정부는 하나가 아니라 전체적인 규모를 키우고 사회제도 속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다”며 “학교는 그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로 지향하는 바가 하나이듯이 서로서로 힘을 합쳐야 되고, 지금이 바로 서로 힘을 합쳐 세계로 진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도 벌써 4년 째다. 김 교수는 실질적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게임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며 교수가 아니라 게임을 만들어 가는 팀원처럼 서로서로 이해 하며 정이 쌓여 나갈 때 더욱 뿌듯해 진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앞으로 어떤 교육을 시킬 계획인가를 묻자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나서라도 이것이 ‘내가 만든 최초의 게임’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이 나온다면 저는 가장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게임으로 만들 수 있는 학생이 되도록 교육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창조적인 사람으로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먼저 창조적인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이론에 치중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게임개발 능력을 키워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교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세계 최초가 되는 게임을 만들어 보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같이 공부한 학생들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김 교수는 게임에 모든 것을 올인한 게임계의 산 증인 답게 묵직한 무게를 느끼게 했다.1981년-1985년 서강대 전자계산학과 수료
1986년-1990년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1년 -1999년 문화관광부
1999년 게임종합지원센터 행정지원부장
2000년-2001년 게임브로드밴드 및 카마엔터테인먼트 이사
2002년 - 2003년 청주문화산업지원센터 센터장
2001년 - 현재 주성대학 게임디자인과 교수
<취재부장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