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마케팅 전쟁

‘WOW냐, 라카냐.’

차세대 MMORPG 왕좌를 향한 별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올 하반기 MMORPG 최대 기대작으로 꼽혀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와 ‘라스트카오스(이하 라카)’가 나란히 11월 오픈 베타서비스에 돌입한다.

외산 대 국산의 맞대결로 더욱 관심을 끄는 ‘빅2’의 격돌은 한마디로 ‘마케팅 전쟁’을 방불케 한다. 더게임스가 단독 입수한 이들 게임의 마케팅 로드맵에 따르면 초반 마케팅에만 30억∼50억원에 달하는 거금이 투입될 전망이다.‘WOW’와 ‘라카’의 오픈 베타서비스 일정이 확정되면서 국내 온라인게임시장이 태풍전야에 돌입했다.

차세대 MMORPG시장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혀온 이들 게임이 일반에 본격 공개되면서 시장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빅2’가 공교롭게 오픈 베타서비스 D데이를 11월 중순으로 잡고 올 겨울 성수기시장을 겨냥함으로써 게임업계는 그 파장에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더게임스가 단독 입수한 이들 게임의 마케팅 로드맵에 따르면 이들은 오픈 베타서비스에 맞춰 수십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을 11월과 12월에 집중적으로 쏟아 부을 계획이다. 한마디로 초반 물량 공세를 통해 라이벌을 압도하는 한편 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WOW’와 ‘라카’의 마케팅 로드맵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예산 규모가 웬만한 대작 게임 개발비를 능가한다는 것이다. 이미 클로즈 베타테스트에서 게임의 완성도를 인정받은 만큼 이젠 마케팅 총공세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WOW’의 경우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TBWA 등 마케팅 전문업체를 선정, 50억원 안팎의 마케팅 비용을 11월과 12월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라카’도 퍼블리싱업체 삼우통신공업을 통해 11월 10억원 규모의 마케팅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데 이어 내년초까지 30억원+α 예산을 편성해놓은 상태다.

지난해 말 물량공세 마케팅으로 주목받은 게임포털 ‘피망’ 마케팅 예산 40억원의 2배에 가까운 ‘뭉칫돈’이 내년초까지 집중적으로 풀리는 셈이다.

이를 위해 비벤디유니버셜게임즈(VUG)측은 TBWA 등 마케팅 대행사와 1년전부터 마케팅 테스크포스팀을 가동했으며, 나코인터랙티브(나코)는 지난 6월 퍼블리싱업체 삼우통신공업과 함께 철저한 시장분석에 돌입했다.‘빅2’의 마케팅 전쟁은 일단 메머드급 마케팅 예산은 비슷하지만 실제 구현되는 컨셉트와 전략에서는 큰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현재 MMORPG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리니지2’에 대해 ‘라카’가 ‘정면승부’에 나섰다면 ‘WOW’는 직접 비교를 피하는 ‘비켜가기’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VUG 관계자는 “WOW를 ‘리니지2’처럼 MMORPG라고 불리는 것을 거부한다”며 “일반적으로 MMORPG하면 아이템 확보를 위한 끊임없는 노가다와 PK가 떠오르지만 ‘WOW’는 진정한 게임성에서 오는 재미에 승부를 거는 만큼 마케팅도 이에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VUG는 ‘WOW’는 MMORPG 마니아뿐 아니라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에 익숙한 일반 유저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라고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반면 ‘라카’는 ‘리니지2’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실상 MMORPG시장의 절대강자인 ‘리니지2’를 넘어서지 않으면 차세대 MMORPG의 왕좌도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나코측은 “‘라카’는 게임성, 그래픽, 서버 안정성 등에서 ‘리니지2’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며 “이와 함께 싱글플레이 모드 등 ‘리니지2’에서 구현하지 못한 독특한 시스템을 유저들에게 적극 어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외국계 기업인 VUG가 서구식 합리주의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 반면 토종 온라인게임업체인 나코가 한국식 온라인 마케팅 모델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이채롭다.

VUG측은 그동안 마케팅TFT를 통해 철저한 시장분석에 집중했다. 온·오프라인 미디어의 독자층 분석은 물론 국내 게임업체들의 마케팅 사례를 일일이 평가하고 분석하는데 무척 공을 들였다.

이를 바탕으로 ‘WOW’의 주 타깃이 될 15세이상 20대 후반 유저가 가장 많이 노출되는 미디어와 공간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미디어의 경우 게임 전문매체보다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 사이트 등 다양한 인터넷 매체를 활용할 방침이며, 코엑스나 대학가 등 젊은이들이 많은 공간으로 직접 찾아가 게임시연회와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도 적극 펼칠 계획이다.

반면 ‘라카’를 개발 중인 나코는 VUG와 달리 게임 마니아를 겨냥한 전통 게임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광고 노출 대비 유저 흡입율을 놓고 볼 때 전문 게임 미디어 만큼 좋은 매체도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일반인에게는 한국 특유의 인터넷 인프라 환경을 활용한 마케팅을 적극 시도할 예정이다.

나코 관계자는 “경쟁 업체의 온라인게임에도 ‘라카’ 팝업 광고를 띄우는 한편 포털 등 다양한 인터넷업체와 마케팅 계약을 이미 맺은 상태”라며 “기발한 인터넷 마케팅을 통해 2개월간 인터넷에 접속한 2000만명에 지속적으로 ‘라카’ 정보를 노출할 것”이라고 말했다.‘WOW’와 ‘라카’의 마케팅 전쟁은 향후 게임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마케팅 예산규모나 다양한 전략이 블록버스터 게임 마케팅의 좋은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WOW의 서구식 합리주의 마케팅 기법과 나코의 한국식 온라인 마케팅 기법은 색깔이 완전히 달라 우열이 분명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마케팅의 성패는 소비자들에 의해 결정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좋은 시장조사와 기발한 아이디어도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를 얼마나 잘 파고 드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토종이냐, 용병이냐. ‘빅2’는 게임성 뿐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외산 대 국산의 대리전을 치를 전망이다.

‘WOW’ VS ‘라카’ 마케팅 로드맵 비교

게임명 WOW 라카

오픈 일정 11월*일 11월*일

마케팅 예산 50억원 내외 30억원 +α

주 타깃 ‘디아블로’에 익숙한 캐주얼게임 유저 정통 MMORPG 및 온라인게임 유저

경쟁 게임 모든 온라인게임 ‘리니지2’

주요 파트너 TBWA 등 마케팅 에이전시 삼우통신공업 등 인터넷 기업

주력 미디어 신세대 커뮤니티 사이트 게임전문 매체 및 인터넷포털

이색 이벤트 게릴라 시연회 경쟁업체 게임속 팝업 광고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