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라.’ 리니지식 월 정액제 유료화 모델이 유저들의 외면으로 한계를 보이면서 온라인게임업계가 수익모델 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오픈 베타 유저들이 상용화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하지 않고는 상용화의 실패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 때문이다. 그래서 유저들의 발목을 잡기위한 업계의 머리싸움(?)은 그야말로 박터질 지경이다.
더욱이 부분 유료화로 나름대로 자리를 굳힌 캐주얼풍의 게임과 달리 MMORPG, FPS 등 하드코어게임 개발사들은 차별화된 유료화 모델 구상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국산 FPS 첫 대박신화에 도전하는 ‘스페셜포스’ 개발사 드래곤플라이. 이 회사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 7월 오픈한 ‘스페셜 포스’가 동접 3만명을 넘긴데다 ‘뮤’를 제치고 PC방 점유율 랭킹 6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지만, 딱히 유료화에 대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
유저층이 얇은 FPS 특성상 단순 정액제로는 승산이 없고, 아이템 판매 등 부분 유료화를 하자니 게임 밸런싱이 맘에 걸린다. 박철우 사장은 “타이밍 상으로는 유료화가 임박한 것 같은데 이거다 싶은 수익 모델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한다.
‘WOW’와 함께 올겨울 최고 화제작으로 꼽히는 ‘길드워’ 오픈을 눈앞에 둔 엔씨소프트 역시 같은 고민에 빠져있다. 미국에선 패키지 값만 받는 미국식 수익모델을 결정했지만, 한국은 환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엔씨는 패키지 판매 방식을 비롯해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할 때만 과금을 하는 방식, 기존 리니지식 월정액제 등 다양한 방법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나코인터랙티브(라스트 카오스), NHN(아크로드), 비밴디코리아(WOW), 큐로드(리버스) 등 올 겨울 타깃으로 현재 대작을 준비중인 업체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상황은 마찬가지다.
# 베타족과의 ‘두뇌싸움’(?)
‘리니지’나 ‘뮤’ 방식의 간단 명료한 월 정액제를 놔두고 업계가 이처럼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액제로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다. ‘리니지2’ 이후 정액제로 성공한 게임을 찾기 어렵다.
정액제를 시도했다가 베타족들이 대거 이탈해 쓴맛(?)을 본 전례도 많다. 무려 10만명에 육박하는 오픈 베타 동접을 기록하며 숱한 화제를 뿌렸던 CCR의 ‘RF온라인’이 결국 사용 시간별 차등 과금이란 변형된 정액제를 들고 나온 것이 이를 여과없이 방증한다. 게임특성상 캐주얼게임과 같은 부분 유료화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고퀄리티 베타 테스트게임 등 무료 게임이 봇물터지듯 쏟아져나오면서 공짜게임만 좇아다니는 베타족들이 급증, 상용화 이후 베타족들을 끌어안기 위한 업계의 유료화 전략은 마치 전쟁을 방불케한다.
한 게임 마케터는 “오픈 베타에 참여한 유저중 3분의 1만 남아도 ‘대성공’인 실정”이라며 “이러다보니 베타족들을 붙잡아두고 적절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묘안을 찾는데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전했다.
무료로 좋은 게임을 즐기고 싶은 유저와 어떻게든 많은 유저들을 붙잡아 수익을 내려는 게임업계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엇갈리게 마련. 전문가들은 “업계와 유저의 머리싸움이 온라인게임의 수익 모델의 진화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두마리 토끼잡는 ‘변형 요금제’
한국 MMORPG 제작 기술을 한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넥슨의 ‘마비노기’. 이 게임은 게임성 못지않게 수익모델이 독창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수익 모델의 골자는 플레이 자체는 하루 2시간까지 무료지만 게임상에서 9240원짜리(부가세포함) 일부 유료 결제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월(4주간) 무제한 사용 가능하다는 점.
즉, 어느 정도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함으로써 유저들의 접근 부담을 덜어주고 게임에 몰입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월정액을 부과하는 고도의 유료 서비스 전략이다. 덕분에 ‘마비노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며 월 10억원 이상의 매출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일종의 변형 정액제로 불리우는 이같은 ‘마비노기식’ 가격 정책은 앞으로 MMORPG를 비롯한 하드코어 온라인게임 수익 모델의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진입은 부담없이, 그러나 일단 중독이 되면 어떤 식으로든 비용을 내도록 하는 것이 신규 유저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게임업체에도 절적한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RF온라인’이 24시간 이용시 1만6500원, 12시간은 9900원이란 차등 요금제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FPS ‘락온타겟’ 유료화를 검토 중인 아이비에스넷 박관웅상무는 “누구나 부담없이 시작하되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게임의 묘미를 보다 만끽하려면 일정액을 내는 형태가 온라인게임 유료화의 대안으로 점차 자리를 굳히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 정액제로 ‘정면승부’
현재 MMORPG 등 하드코어풍 게임의 유료화 모델은 고유의 정액제를 비롯해 변형 정액제, 프리미엄 요금제, 아이템 유료화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과 달리 MMORPG나 FPS와 같은 하드코어게임들은 몰입성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정액제가 맞는다는 견해도 많다.
실제 ‘WOW’ 등 정통 MMORPG 대작들은 정액제로 정면 돌파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3만원에 육박하는 요금으로는 베타게임만 찾아다니며 베타족들을 유인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헤르콧’ 마케팅을 맡고 있는 장목환이사는 “수익모델은 기획 단계서 이미 결정되는 것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변경한다고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다”면서 “‘WOW’ ‘길드워’ 등 일부 대작 MMORPG의 경우 절충형 등 변형 가격정책 보다는 저가 정액제로 갈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리니지’ 아성에 도전하는 국산 대작 MMORPG 개발사들도 오픈을 앞두고 가격 정책 수립에 골몰하고 있지만, 일단 정액제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라스트 카오스’ 퍼블리싱을 맡고 있는 삼우통신의 김신천 사장은 “일단 (라스트카오스)유료화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현재로선 가격대를 낮춰 정액제로 정면 돌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큐로드의 조학룡 마케팅이사는 “최근 부분 유료화와 정액제의 절충형 모델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대작들의 경우 기획에서 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바탕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정액제가 고수하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다만 정확한 가치 및 원가분석에 근거한 적절한 가격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게임업체들도 이제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CRM 등을 통해 타깃 유저에 대한 정확한 니즈 분석, 그리고 이에 근거한 선진화된 수익모델을 개발하는데 역량을 모아야 할 때”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