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통합형 선불카드 도입 논란

미성년자 부모동의 의무화 조치 시행으로 ‘선결제 후사용’을 원칙으로 하는 선불카드가 온라인게임 결제 수단으로 서서히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하나의 카드로 여러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형 선불카드가 도입될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그러나, 통합카드는 적지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특정 게임 전용인 기존 개별형 선불카드와 달리 통합카드는 게임 개발사보다는 카드 발행사의 파워가 높아지는 등의 문제가 나타날 소지가 높다”고 우려한다.

통합카드란 한마디로 하나의 선불카드로 정해진 한도 내에서 여러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개념의 결제수단이다. ‘비앤비카드’ ‘카트라이더카드’ ‘서프카드’ 등 처음부터 아예 특정 게임용으로 지정해 시판되는 기존 개별형 선불카드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마치 일정 한도내에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과 유사하다. 유저 입장에선 일정 금액의 카드만 구매하면 발권회사와 제휴한 모든 게임을 별도 인증없이 자유로히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문제는 통합카드 발행사가 운영 주체가 돼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 특히 같은 장르 게임이라도 영등위 등급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통합카드의 유통은 자칫 게임등급제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 쟁점은 ‘힘의 집중’

통합카드가 여러 장점에도 불구, 논란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온라인 게임 서비스의 힘이 카드 발행사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통합카드를 발행하게 되면 카드업체는 선불카드 대행사가 아닌 실제 서비스 주관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발권량, 발권형태 등 카드에 기반되는 사항들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운영하게 되기 때문. CP(게임개발사)가 가진 역량이 엉뚱하게도 선불카드 발행자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강력한 또하나의 퍼블리셔를 탄생시키는 꼴이 된다는 얘기다.

당연히 CP들이 반길 이유가 없다. 실제 모 인터넷 솔루션 기업이 최근 통합카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요 메이저 CP들이 이런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부분의 메이저 게임업체들이 최종적으로 게임포털과 퍼블리셔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모든 온라인 상의 결제를 통합할 경우 게임 개발사, 특히 게임포털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 발행의 객관성이 없다

기존 문화상품권과 달리 통합카드는 목적 시장이 뚜렷하고 집중도가 높다는 점에서 개념이 다르다. 실제 문화상품권도 통합캐시를 운영(컬쳐랜드)하고 있지만 목적시장이 없고 워낙 광범위한 용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CP들의 반감이 덜하다.

특히 통합카드는 발행사에서 발권량을 정하는데 기초 자료를 독점할 경우 회사 기밀 정보 공개 등의 문제 때문에 발행량 선정 근거를 요구해도 쉽게 거부할 수 있어 투명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발행사는 선 자금 확보를 위해 카드를 무조건 대량 발행하게 되고, 시장에 출고 후 미사용된 카드는 모두 선수금으로 발행사가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대량 자금이 집중되는 부담도 부담이지만, 이 자금을 활용하기 시작한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문화상품권의 경우 할인, 일명 깡시장으로 유입돼 80%가 회수가 되지 않지만, 통합카드는 회수율이 높아 자금 회전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만에하나 무절제한 발행으로 도산으로 이어진다면 파장은 일파만파로 게임업계를 궁지에 몰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대안은 없나?

이같은 단점에도 불구, 통합형 선불카드는 유저의 입장에선 편리한 결제 수단이다. 여러개의 온라인 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멀티유저가 늘어나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통합카드 문제의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개별형이되, 취급이 용이하고, 고객의 분별이 쉬워지게 하거나 모든 발권 정보와 기획을 대행사 수준으로 끌어내려 오픈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별형과 달리 해당 게임사의 마케팅툴로서의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도 통합카드에 게임사 시안을 넣는 방법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품권의 악용 우려가 높고, 특히 선불카드가 결제수단이기에 앞서 게임개발사의 마케팅적 요소를 잘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통합형보다는 개별형이 더 잘 어울린다”고 강조한다.우리나라는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선불카드가 도입 초기이지만, 외국은 잘 발달돼 있다. 따라서, 외국의 사례를 잘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선 일본의 경우 ‘웹머니’가 통합형 선불카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웹머니는 현재 온·오프라인 모두 구매가 가능하고 잔고(캐시)를 여러가지 게임으로 분산, 결제 가능하며 온라인의 경우 시리얼 넘버를 이메일로 제공한다. 그러나, 일본은 환경적으로 결제수단이 별로없고, 결제 콘텐츠가 그리 많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중국은 모든 CP들이 개별형 선불 카드를 운영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유통업체가 제작 및 유통하고 게임사는 발권량과 사용액에 대해서도 투명성을 보장 받지 못하는 추세다. 통합형은 아예 없으며 일부 대형 CP가 게임포털들처럼 자사가 보유한 여러 게임을 결제하는 카드를 내놓고 있다.

유럽 역시 중국과 흡사하다. 온라인 게임 기반이 약하지만, 개별형 선불카드 도입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최근 선불카드 전문 업체가 문을 여는 등 도입 초기이다.

다만 미국에서 발매 예정인 카드는 지역별 통합카드란 점이 특징. 가령 각 주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상품권에 익숙한 일본을 제외하고는 아직 제대로 된 통합형이 운영되는 곳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