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시작된다. 문화관광부는 내년부터 e스포츠를 한국형 문화콘텐츠로 육성키로 하고 이를 위한 ‘e스포츠 발전 중장기 비전’을 마련, 이달초 열리는 e스포츠 포럼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e스포츠 포럼은 관계자뿐 아니라 e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외부인사들도 초청한 가운데 간이 공청회 형태로 진행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동채 문화부 장관도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WCG 행사장에서 “e스포츠 발전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11월 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화부가 책정한 예산은 5억원+α.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정부차원에서 본격적인 지원사업에 나서는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직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e스포츠 포럼을 통해 여러차례 논의한 바 있어 어느 대강의 초안은 나와 있는 상태다. 정부가 왜 이처럼 e스포츠 육성에 발벗고 나섰는지 그 배경과 육성 방안 등에 대해 알아 본다.
# 어떤 형태로 지원하나
문화부가 추진하고 있는 ‘e스포츠 발전 중장기 비전’은 총 4가지 파트로 구분됐다. 첫째는 기초 인프라 부문으로 e스포츠 관련 기록과 통계 및 연구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심이다. e스포츠를 학술적으로 체계화 하는 것과 e스포츠 백서를 발간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 되고 있다.
e스포츠 전용 구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 건립을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당장에 많은 자금을 투자해 경기장을 만들기는 힘든 만큼 우선 스타디움을 건설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는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문화적인 부문. 지금의 e스포츠 열기는 몇몇 인기 프로게이머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스타크래프트’라는 단일 종목에 몰려 있어 다양한 종목으로의 확대와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저변 확대가 관건이다. e스포츠를 문화차원으로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아마추어 게임대회 개최 등이 중요한 안건이다.
셋째는 e스포츠의 글로벌화와 관련한 부문이다. 해외협력과 국제표준 문제가 거론될 예정이다. 이 부문은 특히 WCG와도 밀접한 관계 속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문화부는 내년부터 WCG 공동주최에서 빠지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국내에 정착된 게임리그 모델과 해외에서 활용되는 랜파티식 게임대회가 형식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식 모델을 국제표준으로 미는 방안도 이야기 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는 법·제도의 지원과 정책지원 시스템에 관한 부문이다. 입법 예정인 게임산업진흥법(가칭)에 정부의 예산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협회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e스포츠 중심단체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방안 등이 예상된다. 이를 기반으로 전국 규모의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 정부차원 지원 배경
장충체육관을 시작으로 잠실 실내 체육관을 거쳐 서울 시청앞 광장까지 이어진 스타리그 무대는 결승전이 아니더라도 매번 수만명의 관중을 동원하는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 여름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스카이 프로리그’ 1라운드 결승전은 10만명의 관중을 동원, 모두를 놀라게 했다. 축구나 야구 경기에서도 이루기 힘든 기록이다.
여기에 프로게이머 임요환 팬클럽 회원이 50만명을 돌파했다. 이윤열과 홍진호 등 다른 인기 게이머들의 고정팬도 10만명을 훌쩍 넘긴지 오래다. e스포츠 열기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문화부가 e스포츠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육성하겠다며 발벗고 나서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KT·KTF에 이어 SK텔레콤과 팬택앤큐리텔 등 대기업들이 속속 e스포츠 구단을 창단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다.
사실 정부차원에서 육성책을 만들겠다고 나오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가장 큰 이유가 e스포츠 열기를 있게한 핵심 게임이 바로 외산 게임이라는 점. 그동안에는 결과적으로 외산게임 마케팅 수단에 불과했던 게임대회를 정부차원에서 발벗고 나서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굳게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스타크래프트’는 외산게임이지만 이를 가지고 게임대회를 치른 게임리그는 한국에서 생겨난 새로운 문화상품이라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축구나 야구가 그렇듯이 게임의 출생지는 중요치 않다는 논리가 작용했다.
더구나 이제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한국형 e스포츠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아예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포함시켰다. 또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WCG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경쟁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문화부로서도 이제는 더이상 두손 놓고 구경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 내년 e스포츠 발전에 10억원 이상 투입
당초 문화부 게임음반과는 e스포츠 육성을 위해 내년에 2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따낸 e스포츠 분야의 예산은 5억원이다. 따라서 현재 확보된 기금은 5억원이 전부다. 하지만 문화부는 내부적으로 내년에 10억원 내외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와관련 문화부 관계자는 “추가 예산 편성도 검토하고 있으며 WCG와 연계해 예산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과 연계해 추진할 사업별로 추가 자금을 모집하는 방안도 연구중이다. 이미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을 운영중인 대기업이 많아 e스포츠 협회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KT를 중심으로 한 몇몇 대기업은 e스포츠 협회 및 e스포츠 발전을 위한 사업에 적극 참여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의 참여 정도에 따라 내년에 e스포츠 지원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더욱 큰 규모로 불어날 수 있다.
#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추진은 안해
하지만 이번 ‘e스포츠 발전 중장기 비전’에는 그동안 활발한 토론을 거쳐온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 문제는 거론되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은 스포츠계 전반의 컨센서스가 구성돼 있지 않은데다 e스포츠를 굳이 중국처럼 정식 스포츠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 사실 e스포츠는 아직 정식 스포츠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어 TV방송 등에서 여러가지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e스포츠 협회와 기존 스포츠 협회 간의 교류를 추진하는 방안은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