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길드워 체험기(상)

드디어 ‘길드워’를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지만 엔씨소프트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26일부터 3일간 24시간 경험해 볼 수 있는 계정을 제공했다.

29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월드 프리뷰 이벤트(World Preview Event) 직전이었다. ‘길드워’를 해볼 수 있는 시간은 총 6일. 이 기간을 적극 활용해 ‘길드워’의 세계를 경험해 보기로 했다.‘길드워’는 분명 국산게임이 아니다. 이같은 사실은 개발사가 블리자드에서 독립한 아레나넷이라는 점 외에 게임을 설치하고 앞으로 플레이를 해 나갈 캐릭터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우선 직업과 성별을 막론하고 국산 게임에서 처럼 예쁘거나 멋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기가 힘들었다. 직업에 따라 표독스러운 얼굴이 있는가 하면 멍청해 보이거나 잔인해 보이는 얼굴까지 모두가 개성을 살린 표정들 뿐이었다. 기존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특징이라면 캐릭터의 신장을 조절 할 수 있다는 점. 이는 캐릭터마다 얼굴과 머리모양 및 피부와 신장까지도 각기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어떤 캐릭터를 만들까?’ 한참 고민을 한 끝에 ‘워리어’를 선택하기로 했다. 대신 부직업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엘리멘탈리스트로 정했다. ‘길드워’에는 워리어 외에 활을 쏘는 레인저와 힐러 계열인 몽크를 비롯해 각각 흑마법사와 마법사에 해당하는 네크로멘서와 엘리멘탈리스트 및 다소 생소한 느낌의 환영마법사인 메스머 등 총 6종의 직업이 있다.

이 가운데 근접전투를 해야 하는 워리어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은 초반이라 플레이어가 많이 않을 것을 감안, 용병을 이끌고 미션을 수행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앞장서서 파티를 리드할 수 있는 직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겨울문턱에’라는 이름의 섹시한 표정의 여성 워리어를 만들었다. 전사다운 강인한 모습을 부여하기 위해 피부색은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으로 정했다. 나의 분신인 ‘겨울문턱에’는 이렇게 해서 섹시한 표정에 미끈한 다리가 매력적인 모습으로 태어났다.(ㅎㅎ)캐릭터를 만들고 게임시작을 누르자 마치 밀림을 연상케할 정도로 녹음이 우거진 곳에 캐릭터가 만들어 졌다. 울창하고 짙은 녹색의 숲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다분히 몽환적이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며 벌레소리, 황량해 보일 정도로 텅빈 주변, 드문 드문 보이는 야영의 흔적… 이같은 분위기는 처음 ‘길드워’에 입문한 기자에게 상당히 썰렁하게 다가왔다.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주변의 마음 좋은 플레이어를 붙잡고 초보가 해야할 일들을 이것 저것 물어보는 것으로 커버해온 기자를 당황케하는 순간이었다.

막막한 기분으로 주변을 둘러보자니 머리위에 초록색 느낌표가 떠 있는 NPC가 보였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노란색 느낌표를 이고 있는 퀘스트 NPC를 연상케 했다. ‘흠! 저거군.’ “사자문양 아치마을로 가고자 하신다구요? 어디 봅시다.

내가 도울 일이 있는지.” 다가가서 말을 걸자 그 NPC는 아주 친절하게 안내를 해 줬다.“당신은 우선 무기가 필요한 거 같은데, 서쪽 내 천막 안에 보면 상자가 있소. 그 상자안에 뭔가 들어있을 테니 찾아보시오.” 경비병 잭스가 말한대로 가보니 상자에서 워리어용 해머가 튀어 나왔다.

이 게임이 미션 또는 퀘스트 중심으로 전개될 것임을 암시해 주는 듯 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이같은 NPC와의 지리한 대화가 계속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체험기를 쓰겠다고 나서기는 했지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조급한 마음이 그대로 나타났다. “아∼빨리 ‘길드워’의 모든 것을 섭렵해 봐야 하는데…”그동안 다양한 MMORPG를 경험해 보기는 했지만 ‘길드워’의 인터페이스는 아주 쉬웠다. 대부분의 국산게임에서 처럼 마우스 클릭만으로 이동이 됐다. 더구나 먼 지점을 클릭해 놓으면 알아서 길을 찾아 가는 등 인공지능도 아주 높아 보였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처럼 마우스와 키보드를 동시에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도 함께 제공됐다. 특히 이 기능을 위해 따로 옵션을 조정할 필요없이 두가지 인터페이스를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었다. 국산 게임은 물론 외산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화면 구성은 다소 생소하게 다가왔다. 8개의 스킬창이 화면 하단 한가운데 커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어 스킬을 쓰기에는 아주 편해 보였다. 참고로 이 게임에는 현재 150여종의 스킬이 구현돼 있지만 캐릭터가 미션에 돌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8개로 제한돼 있다. 미니맵이 우측하단에 위치해 있어 맵을 보는 것이 약간 불편했다.

또 채팅창이 화면 중간에서 약간 아랫부분에 커다랗게 나타나는 점은 조금 답답한 느낌을 줬다. 더구나 이들 각종 창의 위치가 유저의 입맛에 맞게 옮길 수 없게 고정돼 있어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유저 입맛에 맞게 위치를 옮길 수 있도록 변경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게임에 대한 사전지식이라고 해봐야 게임사가 그동안 제공했던 소개자료에 적힌 내용이 전부인지라 실제 게임에 접하니 막막하기만 했다. 움직이는 거야 쉽게 해결이 됐지만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우선은 NPC가 시키는 일을 열심히 따라해 보기로 했다.

처음 만난 경비병 잭스는 “재판관 토리모에게 가면 사자문양 아치마을에 들어가게 해 줄 것”이라며 문을 열어줬다. 그가 준 해머를 들고 문을 나서자 벌써부터 몬스터의 기척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나아가지 못해서 ‘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공격을 받았다. ‘베헤모쓰 라버’라는 원거리 공격형 몹이었다. 처음 맞서는 몹이라 어떨까 하는 심정으로 다가갔는데 의외로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테스트라 캐릭터의 레벨이 15렙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첫 사냥은 아주 쉬운 편이었다. 더구나 몬스터를 클릭하면 알아서 자동으로 공격을 해줬다.

그렇게 앞으로 나가고 있자니 어디선가 ‘도와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둘러보니 ‘엘리아스’라는 NPC가 ‘좀비애니메이터’ 2마리에게 둘러쌓여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그를 도와 몹을 처치하자 그는 ‘구해줘서 고맙다’며 자신을 대장장이라고 소개했다. 그에게 맞춤형 무기의 제작을 의뢰하자 들고 있던 해머의 공격력이 40%나 높아졌다. ‘아싸∼아’

좀 더 진행을 하자 머리위에 초록색 느낌표가 있는 용병이 보였다. 몽크였다. 그를 초대해 함께 진행을 하니 사냥이 더욱 쉬워졌다. ‘재판관 하블리온’을 도와 몹을 처리하고 들어선 사자문양 아치마을. 들어서자 마자 어디선가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서야 다른 플레이어들을 만나보는가 보다’하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으로 서둘로 마을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마을에는 NPC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들려온 말소리는 NPC들간에 흥정을 하는 소리였다. (T.T)

재판관 토리모에게 말을 걸자 “아치문양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그의 멘트와 함께 동영상이 펼쳐졌다. 동영상이 지나간 후의 마을은 처음 왔던 그 곳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마도 이곳이 유저들이 만나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장소인 듯 했다.

하지만 아직은 극소수에게만 공개해서 그런지 마을 안도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가끔 인기척이 들리기는 했지만 대화에 성공한 유저는 한명도 없었다. (T.T) ‘본격적인 테스트가 시작되면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가이드 아르멘을 만났다.

그는 이런 저런 사항을 알려주며 하얀망토기사 캐리야를 만나보라는 내용의 미션을 줬다. 결국 다른 유저를 만날 수 없었던 기자는 용병을 고용해 미션을 시작했다. 혼자서 용병을 데리고 하는 미션은 마치 패키지게임의 그것을 하듯 조금은 무료한 느낌을 줬다.

몹이 약한 것인지 파티가 강해서 그런지 사냥은 너무 쉬웠다. 그러는 사이에 ‘겨울문턱에’의 레벨은 어느덧 17레벨에 도달해 있었다. (이번 테스트 기간에는 15레벨부터 시작했다)그렇게 무작정 플레이를 하다 드디어 다른 유저들을 만났다. 저녁 8시를 넘어서자 마을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ㅎㅎ) 한 유저를 붙잡고 이것 저것 물어봤다. 아이템을 제조하는 방법. 아이템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는 방법 등을 새로 알았다. (아고∼ 바로 직전에 상점에 팔아버린 분해 가능한 아이템들이 너무 아까웠다. T.T)

부직업으로 선택한 엘리멘탈리스트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원거리 공격 마법도 몇가지 배웠다. 나중에 다른 테스터들을 보고서야 안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테스터가 주직업으로 워리어를 택하고 부직업으로는 몽크를 했다. 힐능력 때문인 것 같았다.

새로운 마음으로 임한 미션에 나름대로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이미 클리어한 미션을 다시 해보기도 했다. 역시 이전보다 훨씬 쉬워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미션이 대황무지와 블러드스톤늪에 이르자 어려움에 봉착하기 시작했다. 몹들의 레벨이 20까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떼를 지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블러드스톤 늪에서 다시 만난 재판관 하블리온은 너무나도 강했다. 그의 부하를 3명도 채 잡지 못한 채 나를 비롯한 용병 모두가 전사를 하고 말았다.

다시 정비를 해서 미션에 재도전 하려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2시를 훌쩍 넘어 있었다. 처음에는 다소 무료하게 느껴지던 게임이 이제는 나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하얀망토단 길드의 재판관 하블리온을 처치하고 나면 또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또 어떤 미션이 주어질지 어느덧 미션을 클리어 하는데 푹 빠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