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관련 업무를 둘러싼 정부부처 내 ‘앙숙구도’가 변하고 있다.
전통적 대립관계인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의 이른바 ‘IT 삼각구도’에 올초 행정자치부가 가세하면서 부처 간 긴장구도는 다각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특히 지난 2월 행자부 내 전자정부국 신설을 계기로 전자정부 사업, 정보화촉진기금 업무 등이 정통부에서 행정자치부로 대폭 이양되면서 두 부처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자정부사업 관련 예산배정과 사업중복 등을 둘러싼 행자부와 산자부 간 대립, 범정부통합전산센터 설립을 앞두고 타부처와 행자부 간 긴장관계도 점차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어 ‘행자부 대 타부처’라는 새로운 갈등구도가 정부기관 내에 형성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행자 대 정통=“전략개발실은 당장 한국전산원의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정통부 등 타부처에서 여러분을 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지난달 21일 행자부 산하 전자정부전략개발실의 개소식에 이은 오찬자리에서 최량식 행정개혁본부장(1급)이 개발실 소속 직원들에게 개소를 축하하며 한 말이다.
전자정부 업무의 이관 이후에도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은 정통부와 산하 한국전산원의 입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최 본부장의 격려사 속에는 정통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와 그에 따른 행자부의 영역 확대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게 이날 행사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두 부처가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범정부통합전산센터 추진단장 인선 문제다. 행자부 관계자는 “단장직은 부처 내 인사가 맞아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며 “하지만 친정통부계 인사로 구성된 전자정부전문위원회의 반대로 단장 인선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행자부는 전자정부법을 개정, 전자정부진흥원(가칭)의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직제상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 정통부의 영향력에서 완전 독립하겠다는 얘기다. 업무중복 등의 비난속에서도 전자정부전략개발실을 연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행자 대 산자=전자정부 사업의 이관으로 행자부가 관련 예산배정권이라는 칼자루를 쥐게되면서 e비즈니스 관련 사업을 주관해온 산자부와의 갈등관계가 시작됐다.
산자부의 ‘기업지원단일창구시스템(G4B)’ 사업이 대표적 예다. 이 사업의 1차연도 예산은 최초 250억원이었다. 하지만 행자부는 올초 관련 예산을 70억원으로 줄인 후, 최근에는 32억원으로 삭감했다. 행자부의 기존 전자민원서비스(G4C)와 중복 요인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도 행자부는 통합전산센터 설립 추진을 맡고 있어 타 부처와 통합·흡수 시기나 방법, 관련 직원의 신분보장 등의 문제를 놓고 보이지 않은 갈등을 빚고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갈등구도는 행자부 내에 전자정부국이 신설됐기 때문에 전자정부 관련 정책은 행자부에 힘을 실어주는 게 바람직한데도 불구하고 타 부처들이 주도권을 양보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행자부 관계자는 “전자정부 업무의 이관 원년인 올 한해를 놓고 행자부의 능력을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전제한 뒤 “업무 이관에 따른 예산이나 인력, 관계 법령상의 정비 등이 갖춰지는 내년부터는 부처 간 업무조율이 보다 유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