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종합처방으로 구상중인 ‘한국형 뉴딜정책’이 정보기술(IT)과 과학기술을 중심축으로 삼아 내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한다. 국가 재정은 물론, 연기금·민간자본 등을 총동원해 IT와 사회간접자본(SOC)에 10조원이 집중 투입될 종합투자계획에는 불황의 고리를 끊어내고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경제불황을 극복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뉴딜정책은 그동안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추진돼온 각종 IT산업 육성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일사 분란하게 집행함으로써 정책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뉴딜정책이 정부 구상대로 추진될 경우 정부 내부나 외부의 이견과 각종 규제에 발목이 묶여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기술기업도시 건설이나 위성DMB사업, 방송통신 융합 등 현안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청와대·열린우리당이 확정 발표한 종합투자계획은 부처 간의 조율작업을 거쳐 연말에 최종안이 도출되겠지만 사업의 추진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몇가지 우려사항에 대한 사전 점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방대한 국가프로젝트에 투입할 자금을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 하는 자금확보 방안이다. 벌써 일부에서는 투자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각종 연기금을 쏟아 붓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자 유치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벤처 육성을 위해 조성하고 있는 ‘모태펀드’만 하더라도 손 벌리는 부처가 많아 시작도 하기 전에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재원을 확보하는 일이 말처럼 쉽게 될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발표된 IT 관련 사업을 보면 어느 것 하나 늦춰서는 안될 중요한 국가적 사안들이다. 하지만 이런 사업들이 부처 이기주의를 배제하고 국익 차원에서 알차게 추진할 수 있도록 사전 분석이 필요하다. 과기부총리가 IT분야나 과하기술 분야에 대해 조율에 나서겠지만, 과거처럼 부처별 전시용의 나열식 정책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 정책 중복은 혈세 낭비뿐만 아니라 정책 효율성 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자정부사업 추진 주도권을 둘러싸고 행정자치부와 산업자원·정보통신부가 대립각을 세우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 정책을 따라가야 하는 업체들로서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여간 고역이 아닌 것이다.
벤처가 IMF 위기 극복에 큰 기여를 했음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물론 일부 부도덕한 벤처 기업인과 타락한 정치권의 검은 커넥션 때문이지만 벤처의 몰락에 정부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번 프로젝트에도 IT 수요 창출을 통한 산업 활성화로 벤처 붐을 다시 한번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벤처의 육성은 풀뿌리 기업을 키워내 기초산업 경쟁력을 탄탄히 하겠다는 것으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벤처가 잘 자라날 수는 환경과 이를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정부 정책과 현실이 겉돌면 벤처 육성은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방향 설정이 잘 된 계획이라도 사전에 철저한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일각에서 뉴딜정책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IT를 한국형 뉴딜의 동력으로 삼은 정책 방향은 제대로 가닥을 잡은 것이지만 정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사전 철저한 정책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뉴딜정책의 성공 여부에 우리의 앞날이 달려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