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에 대한 일본업체의 특허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TV(DTV)를 생산하는 대우일렉트로닉스, 현대이미지퀘스트, 이레전자 등 중견기업의 로열티 부담이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업체들은 LG전자나 삼성전자와 달리 특허를 상쇄처리하거나 맞고소할 수 있는 원천기술 부 문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해 외국계 기업들의 특허 공세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TV당 50∼100달러=국내 중견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수출 효자품목 중 하나인 DTV 특허 로열티는 현재 50∼100달러 수준. 현재 이들 기업 중 일부 업체는 외국 기업으로부터 특허료 지불을 요청받은 상태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심중이다.
업체가 DTV를 수출하는 가격은 1800∼2500달러. 최근 PDP·LCD TV가격이 인하되는 추세여서 대당 50∼100달러의 로열티를 내고 나면 채산성이 없다. 로열티만도 수출가격의 5% 내외가 되기 때문이 이익을 남기기는 더욱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첨단 디지털기기의 평균 로열티도 2% 안팎이고, 20년이 지나 특허가 소멸된 전자제품도 상당수인 것을 감안할 때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빚쟁이는 많고=DTV와 관련한 특허로는 분야별로 전송방식·화면구현·오디오/비디오 코덱·EPG 등에 따라 구분된다. 대표적인 특허권 보유업체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후지쯔·마쓰시타·톰슨·필립스·HNT·MIT·젬스타·MPEG LA·돌비·DTS·사이언틱 아틀란티스 등. 적게 잡아도 20여 개사는 훌쩍 뛰어넘는다. 업계는 DTV가 워낙 새로운 분야이고 신기술 의존도가 높아 실제 특허권자는 50여 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략 100달러 내외로 알려져 있으나 누군가 특허권을 제시한 후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파악이 힘들다”며 “대기업의 경우 크로스라이선스를 제하고서도 40∼60달러 수준이지만, 이 역시 중견·중소기업으로서는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과 정부의 대책 필요=현재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특허팀을 통해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중견·중소기업은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체들은 국내에서 특허를 보유중인 업체 간 컨소시엄 구성이나 해외 중견업체들과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국내 10여개 DTV 전문회사가 산업자원부 특허지원센터 산하에 ‘IPR 디지털TV협의회’를 발족해 특허 관련 정보를 수집해 대응을 준비중이지만 현재까지는 정보공유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는 일본 업체들이 대기업과의 소송에 이어 중견·중소업체에 소송을 걸 경우 국내 DTV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 중국 등지에서 한국산 DTV 점유율이 높아질 수록 특허 보유권 업체들의 압력이 가중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DTV시장 가운데 한국산 점유율은 24%였으며, 올해는 26∼27%, 내년에는 30%(전체 2505만대)로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유럽에 비해서도 특허 문제에 굉장히 까다롭다”고 전제하고 “현재 대부분의 DTV회사가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일본과 미국업체의 특허공세는 국내 중견·중소 DTV업계의 발목을 잡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