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서버·스토리지 사업을 강화하면서 그동안 삼성그룹 계열사에 제품을 공급해왔던 관련업체들이 속 앓이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NEC와 서버 OEM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에는 EMC와 스토리지 OEM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서버·스토리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자 그동안 삼성그룹 시장을 선점해온 한국HP·한국IBM·삼성SDS 등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비록 삼성그룹이 글로벌 소싱을 실현하고 있다고 하지만 전사적으로 컴퓨팅 시스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를 배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가장 속을 태우고 있는 곳은 한국HP와 한국IBM이다. 한국HP의 경우 삼성SDS와 공조를 이루며 한때 삼성 그룹에서 나오는 수요의 7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50% 정도로 줄었다. 다른 벤더들이 삼성 그룹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강화한 측면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국IBM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전히 삼성SDS를 통하면 삼성그룹 물량을 수주할 수 있지만, 삼성SDS도 삼성전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SDS 역시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삼성전자가 서버·스토리지 사업을 본격화하기 전에는 한국HP·한국IBM·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EMC 등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이 소싱해 그룹 계열사에 공급했지만, 이제는 삼성전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진행될 교육부의 NEIS건에서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공조수준이 확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S 내부 관계자는 “로엔드 IA서버에서야 그렇다 하더라도 64비트 하이엔드 부문에서는 시장 인지도가 낮은 NEC 서버를 공급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무작정 공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 삼성SDS 측과 리눅스 부문에서 협력 관계를 체결한 한국IBM의 한 관계자도 “예전 같았으면 걱정을 안 했지만 삼성전자가 움직이면서 사실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삼성SDS의 결정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밝혔다.
박영하기자@전자신문, yhpark@,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