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하이닉스를 대용량 플래시메모리특허침해 혐의로 현지 법원에 제소, 특허분쟁에 휘말리게 됐다.
도시바의 이번 제소는 랜드 플래시 메모리 부문에서 약진하고 있는 하이닉스를 사전에 대대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제소는 하이닉스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올해 영업이익 2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최근 한국 업체에 공격을 퍼붓고 있는 일본 업체들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도시바의 이번 법적 대응으로 재기의 몸짓에 한창이던 하이닉스는 정상화 작업에 큰 복병을 만나게 됐다.
더욱이 도시바는 하이닉스 본사와 미국법인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인데다 소송의 범위를 D램 부문으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파장은 확산될전망이다.
하이닉스는 현재 사실 확인작업중이라며 제소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배경 = 올 3분기를 기준으로 플래시 메모리 부문은 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약7%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D램(75%), 비메모리(17%) 등에 비하면 비중이 낮다.
그러나 MP3, 디카, 휴대폰 등 휴대용 저장장치 시장이 각광을 받으면서 플래시메모리 부문도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이 부문 사업에 본격 참여했다.
도시바는 랜드 플래시 메모리 부문에서 삼성에 이어 세계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이닉스는 4-5위 정도에 랭크돼 있다.
도시바는 `하이닉스가 플래시 메모리 회로구조에 관한 자사의 특허 3건을 침해했다며 지난 8일 하이닉스 일본법인을 상대로 플래시메모리 판매금지 가처분 및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도시바는 지난 96년 7월 하이닉스와 반도체 특허 등과 관련된 포괄절인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했으나 2002년 말로 만료됐다.
도시바는 이후 하이닉스에 계약갱신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제소를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하이닉스측은 갱신 문제를 놓고 계속 협상중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특히 도시바가 이번 제소에 이어 하이닉스 본사 및 미국법인과 미국 현지 대리점 2곳을 상대로 텍사스주 댈러스 연방지방법원에도 특허침해소송을 내기로 한 것은 HP, 델사 등 주요 PC업체들이 포진, 반도체 수요가 매우 큰 미국 시장내 소송을 통해 `대표성을 얻어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플래시메모리 관련 특허 4건 외에 D램 관련 특허 3건도 침해했다고주장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도시바의 법적 대응이 잇따른 흑자 기록으로 하이닉스의 재기도약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점에 주목, 하이닉스의 성장에 발목을 잡기 위한 `딴죽걸기 차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소송 제기를 통해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한 측면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전망 = 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흑자로 돌아선 뒤 지난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조5천억-1조6천억원대로 연말까지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포스코, 하이닉스, 한국전력등 몇 군데 되지 않는다.
하이닉스는 90년대 중반부터 국내 대표적인 부실기업이라는 오명을 받았으나 미국 AT&T GIS에서 비메모리사업부문을 인수해 세운 심비오스를 LSI로직에 7억6천만달러에 매각한 것을 비롯, 반도체 조립 전문회사 칩팩, 현대큐리텔 등을 처분하고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대대적인 정상화 작업을 벌여왔다.
지난해에는 미국과 EU가 하이닉스의 한국산 메모리칩에 대해 각각 44.29%, 34.8%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그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이닉스는 지난 8월 ST마이크로와 중국 장쑤성 우시시에 반도체 합작 공장을 설립키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달초까지 비메모리 부문 매각 작업을 완료, 메모리전문 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도 마련했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300㎜ 웨이퍼(반도체 원판) 생산라인 시험가동에서 90%대의 높은 수율(양산성공률)을 달성하고 M10에 300㎜ 웨이퍼 3천장을 투입, 0.11미크론공정으로 D램 양산에 들어갔다.
이어 내년 초부터 월 2만~3만장 규모로 본격 양산 을 시작한 뒤 생산량을 늘려갈 계획이며 이천공장에 이어 ST마이크로와의 중국 합작공장, 전문 수탁생산업체(파운드리)인 대만 프로모스에서도 300㎜ 생산이 시작되면 한.중.대만에서 동시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특허분쟁이 자칫 하이닉스 부활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하이닉스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다 미국내 D램소송 특허로까지 확산될 경우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하이닉스는 현재 구체적인 사실 여부에 대한 정밀 확인 작업을 진행중이라며적법한 절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며 강력 대응 입장을 밝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