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프로모션 용으로 제공하는 MP3·마우스·키보드 등 ‘번들(묶음) 상품’이 편법으로 판매돼 제조업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요 노트북업체에 따르면 노트북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번들 상품으로 제공하는 상품을 노트북과 별도로 단독 판매하는 유통점이 늘면서 제조업체가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이런 경로를 통해서 시장에 흘러들어온 번들 상품은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상품의 가격 질서까지 흐리고 있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용산·테크노마트 등 해당 소매점에서는 번들 상품을 따로 판매하면서 나온 차액을 활용해 프로모션 실제 가격 보다도 마치 상품을 싸게 판매하는 것처럼 판매해 소비자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 달 28일까지 진행하는 ‘센서’ 노트북 프로모션과 관련해 번들 상품으로 제공한 MP3 플레이어가 편법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판단,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프로모션 성과는 신통치 않은데 MP3 공급 물량은 크게 늘었기 때문. 게다가 삼성이 번들로 제공한 MP3 플레이어 ‘옙 YP-T5H 모델’이 ‘덤핑’ 수준으로 거래되면서 정상 가격까지 허물고 있다. 실제 10만 원 대에 달하는 이 제품은 주요 온라인 사이트에서 최고 6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다나와 사이트 기준으로 이 달 초 이 상품의 최저 가격은 9만 4000원 대였는데 공교롭게도 행사 기간과 맞물려 가격이 하락하면서 지금은 7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다.
노트북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용산 매장의 한 상인은 “노트북 가격대가 현실적으로 무너진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으로 추가 마진을 챙기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들 소매상은 번들 상품의 차액 만큼 가격을 싸게해 판다고 홍보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상황이다.
도시바코리아도 자사의 주력 모델인 ‘새틀라이트 M30’ 프로모션과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급 마우스와 키보드를 판매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소비자 가격만 15만원대에 달했던 이 제품은 당시 일시적으로 가격이 크게 무너지면서 일부 매장이 따로 판매하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 회사 김규진 차장은 “번들 상품을 따로 판매하는 행위를 유통점에서는 ‘비번들링’ 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를 정도로 자주 발생한다” 라며 “대응책을 고민 중이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태” 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이 달 시작한 ‘노트북+MP3 플레이어’ 번들 행사와 관련 제품 구매 영수증을 보내 주면 번들 상품을 따로 발송하는 형태로 다소 우회적인 방법으로 행사를 진행 중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비록 덤핑 물량이 소진되고 행사 기간이 끝나면 정상 가격을 회복하지만 한 번 무너진 가격의 여파는 행사 기간 이 후에도 오래가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비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