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넷 인수전에 전격적으로 참가한 시티그룹파이넨셜프로덕츠(CFP)가 인수합병(M&A)을 위한 벤처캐피털이 아닌 전형적인 부실자산인수펀드로 알려지면서 참가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확인결과 CFP는 시티그룹의 계열사인 시티그룹글로벌마켓홀딩스가 100% 출자한 자회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실자산인수펀드는 부실 회사를 낮은 가격에 매입, 이른 기간 안에 회사를 정상화시킨 후 시세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목적으로 운용된다. 이 펀드는 13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두루넷이 초고속인터넷 시장 재편의 열쇠가 돼 시장 포화에도 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외국인지분제한인 49%를 넘지 않기 위해 국내 사업자와 컨소시엄을 구성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 자격 있나=통신업계는 부실자산인수펀드가 인수대상자로 적합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부실회사 정리차원이 아니고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도 인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자산인수펀드가 참여하면 두루넷 정보가 그대로 흘러들어간다는 지적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 펀드는 하이닉스 등 실제 국내 기업을 인수했던 시티그룹벤처캐피털과는 다른 채권인수 트래이딩 펀드로 종이회사에 불과한데 어떻게 회사인수 자격을 줄 수 있는가”라며 “인수 여부 및 컨소시엄 구성과는 상관없이 두루넷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통신사업의 특성상 두루넷은 추가 투자와 기존 기간통신사업자와의 협력 없이 독자생존도 불가능한 상황이며 기존 통신사업자가 아닌 다른 기업이 들어온다고 해도 가입자 유지조차 힘들 것”이라며 “때문에 매각 대행사가 두루넷 가격을 올리기 위해 동원한 펀드(자작극)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도 CFP의 자격을 문제삼을 것임을 밝혔다. 국내 통신시장이 외국계 자본의 이익실현을 위한 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펀드의 각축장으로 변질=CFP가 뛰어들면서 결과적으로 두루넷인수는 통신시장 재편전략과는 달리 외국계 자본의 돈 싸움장으로 변했다.
하나로텔레콤은 대주주인 AIG-뉴브리지의 신디케이트론(차관단 공통융자) 등을 통해 두루넷 인수자금을 확보했으며 데이콤 역시 파워콤을 통한 인수보다는 외자유치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이다. CFP도 일단 인수전에 뛰어든 만큼 충분한 현금 동원능력을 과시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가 기간통신사업이자 IT강국을 이끈 초고속인터넷이 결국 외국계 펀드가 좌지우지하고 있는 웃지못할 상황이 됐다”라며 “통신시장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두루넷은 돈의 규모보다는 시장운용 능력과 경험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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