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을 담았습니다”
지난 2일 인천 부평 대우일렉트로닉스 홈어플라이언스 연구소에서 만난 박선후 소장(46)은 상기된 얼굴이었다. 연구소장으로서 3년 간의 피 말리는 노력 끝에 만든 드럼세탁기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 소장은 “혼을 담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자신감과 힘이 있었다.
“우리는 근본부터가 다릅니다. 지금 있는 연구원들은 그룹 해체를 겪으면서 오기가 살아있는 사람들입니다. 연구원에게 개발은 존재의 이유지만 강해진 우리는 다른 걸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온갖 종류의 세탁기가 즐비한 실험실에서 옷을 세탁기에 넣는 간단한 테스트를 했는데 타사 제품과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드럼세탁기의 입구가 타사보다 넓어 보다 수월하게 빨래가 들어가는 것이었다.
“드럼 세탁기 시장에서 우리는 후발 주자입니다. 드럼세탁기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우리는 하나라도 더 다르고 편한 것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90%를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뒤늦게 뛰어드니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했다. 일본 산요의 제품을 수입해 판 것도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결과 세탁 입구가 넓어야 한다는 것, 소비 전력과 세탁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를 해결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드럼세탁기 개발을 위해 단일 제품 중 최다인 3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드럼세탁기용 모터(BLDC)도 대우모터를 통해 새로 만들었다. 연구진의 오기가 만들어 낸 산물이었다.
박선후 소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제품이 출하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이 무척 기대된다”며 “이제 첫 제품이 나온 것이고 이를 더 발전시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드럼세탁기를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