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칩업체, 이제는 디지털TV·핸드헬드시장

“그래픽 칩세트, 이제는 디지털TV·핸드헬드 시장이다.”

 세계적인 그래픽 칩세트업체가 기존 주력 시장이었던 PC에서 디지털TV(DTV)·핸드헬드 분야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특히 새로운 글로벌 무대 진출을 위해 연구개발(R&D) 전진기지로 국내 시장을 적극 활용해 주목된다. 그래픽 칩세트 시장을 양분하는 ATI테크놀로지스와 엔비디아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업체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차세대 제품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ATI, 차세대제품 줄줄이 대기=ATI는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이달 안에 자체 칩세트를 내장한 차세대 DTV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비디오 칩세트를 내장한 DTV는 선명도 면에서 기존 DTV보다 배 이상 뛰어나 완벽한 3D 화면 구성이 가능하다.

 박주현 ATI코리아 차장은 “지난해 공동 협력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개발한 성과를 내년부터 속속 선보일 방침”이라며 “특히 DTV 기술에서 앞서 있는 한국은 세계 시장의 훌륭한 테스트베드로 판단돼 본사에서도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ATI는 오는 22일 본사 K Y 호 회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ATI는 또 핸드헬드 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해 초부터 LG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3D폰을 내년 2월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3D폰은 게임 마니아를 겨냥한 제품으로 휴대폰으로 다양한 장르의 3D게임을 즐길 수 있다. ATI는 이 제품 론칭을 시작으로 다른 글로벌 업체와 협력 관계를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ATI는 이미 모토로라와 공동으로 유럽형 모토로라 제품에 그래픽 칩·MPEG·디코더 칩을 내장한 원칩을 공급했다.

 박우현 ATI코리아 사장은 “그래픽 칩세트가 디지털 가전과 휴대폰 쪽에 탑재되는 것은 시대적인 대세”라며 “DTV 기술을 확보하고 세계 휴대폰 시장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국내업체는 ATI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뿐 아니라 아예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 두 곳을 선정,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세계시장 가능성 한국서 진단=엔비디아도 PC에서 핸드헬드 분야로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국내업체에 잇달아 ‘러브콜’을 던지고 있다. PC 그래픽 부문의 성장이 정체를 보이면서 사업 영역을 휴대폰·PDA 등 핸드헬드 부문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

 엔비디아는 지난 2003년 휴대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전력 설계 기술에 강점이 있는 ‘미디어Q’라는 회사를 인수했고 초당 30프레임을 재생할 수 있는 휴대폰용 칩세트 ‘고포스’를 출시, 새롭게 열리는 모바일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와 관련해 삼성·LG전자 등 휴대폰 업체와 내년 상반기 중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에 게임 콘텐츠를 공급하는 게임 개발업체와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MS의 ‘X박스’ 등 게임기업체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 측은 통신과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한국 시장을 먼저 공략해, 세계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진단한다는 계획이다. 한석호 엔비디아코리아 사장은 “현재 엔비디아 수익의 80% 이상이 PC 쪽에서 나오지만 3년 후에는 핸드핼드 시장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업체와 파트너십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병준·한정훈기자@전자신문, bjkang·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