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네트워크 고도화`추진 배경과 의미

 정보통신부가 ‘차세대 케이블 네트워크 고도화’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앞으로 정통부가 케이블망(HFC망)을 차기 통신·방송 융합망의 핵심으로 키울지에 관심이 쏠렸다.

 정통부는 지난 8월 말 차세대 통방융합망인 광대역통합망(BcN) 시범사업에서 KT를 비롯한 통신 3사만을 선정하고 SO들이 연합한 컨소시엄인 ‘케이블BcN’을 탈락시켜 SO들의 원성을 샀다. SO업계에선 “정통부는 어차피 통신사업자를 챙길 생각이었으며 짜고 치는 판인 셈”이라는 비난이 나올 정도로 정통부에 대한 감정이 악화됐다.

 그러나 정통부는 이번에 ‘차세대 케이블 네트워크 고도화’ 프로젝트와 ‘멀티플랫폼 제한 수신 및 콘텐츠 보호 연동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케이블망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따라서 정통부는 날로 중요해지는 SO를 챙기는 한편, 향후 HFC망 고도화를 통해 차세대 망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블방송 챙기기?=SO들은 그동안 정통부가 KT,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 위주의 정책을 편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 이 때문에 통신·방송 융합 시대에 진입하면서 SO들이 정통부보다는 방송위원회쪽에 더 기대는 상황이 됐다. 방송위원회와 정통부 간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런 움직임은 정통부로선 부담일 수 있다.

 특히 방송위가 최근 IPTV에 대해 통신영역이 아닌 방송영역이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KT, 데이콤, 하나로텔레콤 등이 IPTV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정통부·통신업체 대 방송위·SO’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케이블TV협회 한상혁 차장은 “그동안 SO들이 모여 정통부에 HFC망 활성화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며 “정통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프로젝트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통부의 케이블방송 끌어안는 첫 수순으로는 성공적인 카드인 셈이다.

 ◇한국판 ‘NGNA’ 스타트하나?=정통부가 주목하는 대목은 미국의 차세대 케이블네트워크(NGNA:Next Generation Network Architecture) 사업의 향방이다. NGNA는 미국 3대 복수SO인 컴캐스트, 타임워크, 콕스 등이 구상한 ‘올 IP’ 기반의 네트워크다. HFC망 기반 위에서 디지털방송, T커머스, 주문형비디오(VOD) 등을 구현하며 닥시스3.x를 통한 양방향 통신를 비롯해 IPv6 지원, 압축전송방송으로 MPEG AVC(일명 H.264) 또는 MS의 VC9를 채택할 움직임이다. 즉 HFC망을 차기 네트워크 인프라의 핵심으로 놓은 셈이다.

 정통부는 ‘HFC망이 BcN의 핵심 전달망 중 하나로 진화하도록 HFC망을 이용한 통합 멀티미디어 환경 구축 및 홈네트워크 인터페이스 개발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통부가 밝힌 ‘HFC망을 이용한 BcN서비스 연구센터 구축’이 이를 증명하는 계획이다. 따라서 정통부가 이번 프로젝트와 함께 NGNA의 국내 도입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박승권 한양대학교 교수는 “NGNA가 급부상중인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HFC가 방송·통신 융합을 선도할 망으로 주목받는다”며 “결국 국내 HFC망도 올IP를 기반으로 가고 디지털케이블셋톱박스가 케이블모뎀을 내장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