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중남미 순방 수행업체 전략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중남미 방문길에 나서는 것은 우리 주력상품인 정보가전, IT 부문의 시장성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이번 순방길은 그야말로 경제 외교장이 될 전망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은 우리나라 가전업체에는 중남미 ‘가전 트라이앵글’로 불린다. FTA를 체결한 칠레는 물론 브라질·아르헨티나의 가전 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포기할 수 없는 약속의 땅이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이윤우 삼성종합기술원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이 수행단에 오른 것은 해당 국가의 기업들과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도출하며 동시에 현지 사정에 맞는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현지 기업인들과의 만남과 공장 방문은 물론 납품업체, 현지 생산인력, 마케팅 인력과도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중남미 ‘바이코리아’=중남미에서 삼성전자, LG전자의 위상은 드높다. 여기에 최근 재기에 성공한 대우일렉트로닉스도 가세해 브릭스 시장을 달구고 있다. 연평균 매출 성장률도 30∼180%에 이르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남미의 거점은 브라질이다. 브라질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남미지역 전체에 보급된다. 중남미 경제공동체 블록 안에서 생산을 담당하기 때문에 안정적 제품 공급과 물류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남미 진출이 가시화된 것은 모두 95년경. 브라질 상파울루와 마나우스, 캄피나스 등 브라질 도시를 거점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지 생산품목도 TV·VCR·모니터·CDMA단말기·HDD 등 매우 다양하다. 주력품목은 TV와 휴대폰이다. 삼성전자는 브라질 마나우스에서 접었던 TV사업을 5년 만에 재개, 연간 3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연간 3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휴대폰 공장과 함께 삼성의 중남미 공략의 핵심기지다.

 LG전자는 아마조나스 마나우스 공장에서 TV·DVD·VCR·에어컨·전자레인지를, 상파울루 공장에서 모니터·광스토리지·CDMA·WLL을 생산하고 있다. TV·모니터·전자레인지 등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후발주자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올해 2월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판매법인을 신설했다. 판매법인 신설 뒤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180% 정도 뛰었다. 주력품목은 TV·DVD·냉장고·전자레인지·세탁기 등이다.

 ◇기회와 위기의 공존시장=‘인구 1억7600만의 브라질’ ‘FTA체결국가 칠레’ ‘경제 상황이 불안한 아르헨티나’. 가전업계에서는 이번 방문 대상국가를 다른 지역에 비해 더욱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 풍부한 부존자원과 발전 가능성 등은 ‘기회’지만 경제적·정치적 불안과 느긋한 국민성 등은 위기의 요인으로 보고 있다.

 FTA를 체결한 칠레의 경우를 보면 위기보다는 기회가 더 많은 시장임을 보여준다. FTA체결 이후 칠레에서 6%의 관세가 인하되면서 기업들은 휴대폰 부문에서 전년에 비해 30% 이상 고속 성장했다. TV·에어컨·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 등 백색가전 제품에서 성장률을 높이며 속속 선두에 올라서고 있다.

 2001년 국가 환란기를 겪은 아르헨티나에서도 긍정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03년 이후 경제지표가 안정되고 외환통제가 해제되면서 서서히 시장경기가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체들은 아르헨티나에 산적한 경제적, 사회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시장이 존재한다는 판단과 브랜드 이미지 확보를 위해 제품 수량을 늘려가고 있다. 가전업계의 시장상황을 보며 공급 제품군을 늘리는 단계별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제품군 확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주변 국가에서 성공한 여파를 몰아서 휴대폰과 TV 등을 1위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