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플린 "한국, 실리콘밸리 잊어라"

 “첨단기술 개발의 심장이자 미국경제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실리콘 밸리가 한국에는 안 맞는다?”

KAIST 로버트 러플린 총장은 11일 “실리콘 밸리는 더 이상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모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플린 총장은 이날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에서 초청특강을 통해 “산업화가 이뤄진 이 시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근본적인 변화 중 하나는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라며 “더 이상 경제적 가치가 없는 실리콘 밸리는 우리가 모델로 삼아야 할 곳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러플린 총장은 또 “실리콘 밸리는 이제 전설이다.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는 새로운 것이 없으며 모든 사람들이 그 도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안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가 없다는 것이며 그런 도시는 좋은 도시가 아니다”라며 “그런 면에서 서울은 좋은 도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쟁력이었던 저임금은 너무나 빼앗기기 쉬운 강점이었다”며 “임금이 높은 우수한 인력을 가진 곳보다는 저임금이면서 같은 우수한 인력을 가진 곳에서 제조업이 성장할 수 있고 한국은 그런 면에서 이제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혁신(이노베이션)이며 세계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해 내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 것을 받아들이고 즐기게 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러플린 총장은 “혁신은 교육을 통해 이뤄지며 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기술을 익혀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과 사회경험을 통해 익히는 것”이라며 “우리는 한가지 기술적인 면만을 익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반적인 것, 물리, 예술, 우주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리 자신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단지 도구일 뿐이며 그 것을 사용해 우리가 건물을 짓는 등 무엇을 이뤄내야만 진정한 교육의 의미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한국사회는 너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융통성이 없고 좁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걱정하지만 한국사회는 갖춰야 할 것은 이미 다 갖추고있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 사회는 급변하고 있으며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변화를 직감하고 변화의 앞에 서서 걸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낡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며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매순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것을 따른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충고했다.

부산=허의원기자@전자신문,ewh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