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는 이제 주부들의 필수품이다. 양문형 냉장고가 있어도 김치냉장고를 구입하려는 게 요즘 주부들의 대세다. 모르고 쓰는 것과 알고 쓰는 것의 차이를 안다면 김치냉장고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를 알아보는 것도 생활에 도움이 된다.
우리 선조들은 겨울철 땅속 70cm 정도 깊이에 항아리로 된 김장독을 묻어 사용했다. 이는 겨울철 땅속 70cm 깊이의 온도가 -1∼0℃로 유지돼 김치의 과숙성을 억제, 김치 맛을 시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옹기로 만들어진 김장독에는 순환 기능이 있어 몇 개월이 지나도 싱싱한 김치 맛을 유지한다.
김치냉장고에는 이 같은 김장독 원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김치냉장고 역시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싱싱한 김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김치냉장고는 이를 위해 직접냉각방식으로 냉장실 자체를 통째로 냉각함으로써, 한겨울 김장독을 땅속에 묻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또 김치냉장고 위로 문을 여닫는 방식도 김장독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는 차가운 냉기가 공기보다 무거운 원리를 이용, 위에서 열고 닫을 경우 냉기의 손실을 막아 온도 차이를 최소화해준다.
그러면 일반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김치의 보관 기능에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김치냉장고가 일반 냉장고보다 보관 기능이 뛰어난 이유는 온도조절방식과 냉기단속 능력의 차이에 있다. 냉장고의 온도조절방식은 크게 직랭식과 간랭식으로 나눠지는데 직랭식은 냉각파이프를 냉장고 벽면 안쪽을 따라 촘촘히 내장한 것이고, 간랭식은 냉각팬에 의해 냉기를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냉각성능면에서 직랭식은 간랭식에 비해 월등히 높고 내부온도 편차도 작아 식품의 장기간 보관에 유리하다.
또 일반 냉장고는 문을 열면 무거운 찬 공기가 바닥으로 내려오고 더운 공기가 다량 유입된다. 그래서 문을 닫고 나면 다시 냉각해 본래 온도에 도달하기까지 긴 시간이 요구된다. 그러나 김치냉장고는 상부개폐식으로 만들어져 문을 열어도 냉기가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단속한다. 실제로 간랭식인 일반 냉장고에서 물건을 꺼내는 10초 동안 문을 열어놓으면 온도차가 0.7∼1℃ 이상 나지만 직랭식인 김치냉장고는 같은 시간 동안 0.1℃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최근에 나오는 김치냉장고는 위에서 문을 여는 방식의 상부개폐식, 서랍식, 상부개폐식과 서랍식이 결합된 복합식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상부개폐식은 서랍식과는 다르게 뚜껑이 위에만 있고 김치통을 쌓아서 저장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온도 편차가 작지만 밑에 있는 김치를 꺼내기 위해서는 위에 있는 통(상부 김치통)을 꺼내야 한다. 서랍식은 밑에 있는 김치를 꺼내기 위해 위에 있는 통을 꺼내야 하는 불편함을 줄이고자 나온 형태다. 그러나 서랍 구조는 차지하는 공간이 많아 김치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고, 냉기보존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상부개폐식과 서랍식의 장점을 혼합한 복합식은 냉기보존력이 우수한 상부에는 김치를, 하부 서랍에는 야채나 과일을 보관하게 설계된 제품이다.
김치냉장고의 냉각방식과 냉기단속 시스템이 하드웨어 부분이라면, 김치를 숙성시키고 보관하는 데 있어 시간과 온도를 적절히 제어하는 숙성 및 보관 프로그램은 소프트웨어 부분이다. 최근 들어 업체마다 김치냉장고의 온도편차를 유지하는 기술 차가 좁혀지면서 김치 맛은 물론, 영양을 보존하기 위한 핵심기능인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이 중요해지고 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