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길드워 체험기(하)

‘길드워’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월드프리뷰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비로소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프리뷰 행사 때에는 마을이나 전초기지에 가봐도 한두명의 유저가 고작이었으나 이 기간 동안에는 유저들로 북적거렸다.

더이상 용병을 고용하지 않고도 원활한 파티플레이를 가능해졌고, 8명이 한팀을 이뤄 전투를 벌이는 단체 PVP도 마음껏 즐겨볼 수 있었다.처음으로 다른 유저와 파티를 했다. 다른 여러 게임에서 만나 함께 즐긴 바 있는 친근한 유저인지라 만나자 마자 자연스럽게 파티가 이루어졌다. ‘겨울문턱에서’는 아시다시피 섹시하면서도 강인함이 느껴지는 검은색 피부의 여성 워리어. 혼자서 용병을 고용해 미션을 클리어하다 보니 어느덧 18레벨이 돼 있었다. 파티를 맺은 유저는 화려한 색상의 법사 아이템을 차려입은 20레벨 네크로멘서였다.

18레벨의 워리어와 20레벨의 네크로멘서가 만났으니 초보 지역의 미션은 무난할 터. 일단은 사자문양아치마을에서부터 미션을 진행키로 합의, 맵을 열고 그 지역을 클릭하는 것으로 이동을 했다. 지역 채널을 맟춰 다시 만난 우리는 몽크용병을 한명 고용했다. 레벨이 되는 만큼 용병을 포함해 3명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이었다.

하얀망토기사단을 도와 언데드 몬스터를 처치하는 이 미션은 생각대로 쉽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처음 용병을 데리고 도전할 때와는 달리 몹과 경치를 감상하는 여유도 생겼다. 그러다 보니 재차 도전한 이번 미션은 클리어하겠다는 목적보다는 아이템 제작을 위한 분해재료를 모으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하지만 미션을 클리어한 후 이어지는 동영상은 첫 느낌과는 달리 압박으로 다가왔다. ‘에이∼ 걍 스킵할 껄∼’ 우리 둘은 이구동성으로 후회하는 목소리를 냈다. 처음에는 화려하게 펼쳐지는 동영상이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동일한 동영상을 또다시 보며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는 점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진 때문이었다.

사실 ‘길드워’를 처음 접하고 미션을 하나 하나 클리어 해 나갈 때는 10년쯤 전에 유행하던 PC용 롤플레잉게임을 깨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당시에는 엔딩을 봐야만 이처럼 멋드러진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던 터라 ‘이야∼’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같은 미션을 클리어할 때마다 동일한 동영상을 계속 봐줘야 한다는 점은 다소 불만스러웠다. 처음 한번은 봐줄만 하지만 두번째부터는 그냥 넘어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앞섰다. 사실 나는 물론이고 파티를 맺는 유저도 이미 초반 미션은 몇번씩 클리어한 경험이 있는 터라 지루함이 더했다.미션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는 습득한 아이템을 모두 분해해 재료를 확보했다. 파티를 맺은 유저는 이미 화려한 색상의 제작아이템을 입고 있는 관계로 내가 입을 워리어용 아이템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철광석은 남아 도는데 가죽이 턱없이 부족했다.

있는 재료를 다 털어 건들렛과 장화를 만들고 나자 더이상 만들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 착용한 건들렛과 장화는 금색을 번쩍 번쩍 빛나는 것이 너무나도 탐스러워 보였다. ‘음 흉갑과 각반까지 만들면 멋드러지겠군!’ 나도 번쩍 번쩍 빛나는 갑옷을 입고 싶어졌다.

재료를 더 모으러 가자고 파티원을 꼬셔보았다. 하지만 이미 똑같은 미션을 여러번 클리어하느라 지친 그는 ‘ㄴㄴ’를 연발하며 새로운 제안을 했다. 협동미션은 지겨우지 잠시 쉬면서 PVP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겨울문턱에서’는 이제 18렙에 불과한 터라 PVP에 약할 것 같아 망설여졌다.

그렇지만 결국 ‘PVP를 해보지 않고서는 길드워를 논할 수 없다’는 그의 말에 넘어가 검투사들의 아레나로 이동을 했다. 그나마 막 만들어 착용한 번쩍거리는 건들렛과 장화가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PVP 장소인 검투사들의 아레나로 이동하자 많은 유저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미션시작 버튼을 누르면 랜덤하게 8명씩 팀을 이뤄 인스턴트 던전과 같은 형태의 PVP방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처음 해보는 팀간 전투에 마음이 설레였다.

전투가 시작되자 맵 저쪽편에서 상대팀이 이쪽으로 이동해 오는 것이 보였다. 우리의 용감한 ‘겨울문턱에서’는 워리어답게 앞서서 뛰어나갔다. 용병들을 데리고 몹을 잡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싶었다. ‘멋지게 돌진을 해서 장전해 놓은 스킬로 적을 넘어뜨린 다음에 보기만해도 거대한 해머로 마구 패줘야지’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그냥 생각에 불과했다.

적과 마주치자 마자 그동안 당해 보지 못했던 여러가지 마법들이 나를 강타했다. 더구나 나와 맞선 상대편 워리어는 나보다 레벨이 높은 터라 피를 얼마 줄이지도 못한채 하늘을 봐야 했다. (ㅜ.ㅜ) 한 3분이나 지났을까. 전투는 순식간에 종료됐다. 우리팀의 참패였다.

오기가 발동해 계속 팀전투에 뛰어들었다.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뭔가 요령이 생기는 듯 했다. 맵의 지형도 보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이건 마치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같은 속도감과 긴박감이 감돌았다. ‘아∼ 바로 이거구나’ 이 게임이 왜 ‘길드워’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특히 팀간 PVP를 하다 보니 미션을 수행할 때와는 또 다르게 다가오는 인터페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미니맵의 활용이었다. 미션을 즐길 때는 맵에 지나온 경로가 점선으로 표시되는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PVP를 할 때의 미니맵은 바로 작전지도였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처럼 미니맵을 클릭하면 붉은색 반점이 깜빡였다. 더구나 마우스를 이용해 미니맵에 이동 경로를 표시하거나 작전을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다른 온라인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주 새로운 기능이었다.

그러면서 팀전투에서 워리어가 제 역할을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했다. 워리어를 상대하는 것이라면 레벨을 좀더 올리고 좋은 장비를 갖추면 그만이지만 원거리에서 마법을 날리는 네크로멘서와 레인저를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어려웠다. 또 어떤 스킬을 가지고 들어와야 보다 효과적인 전투가 가능한지도 감감했다. 아무래도 아직은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그렇게 월드프리뷰 이벤트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그런데 이미 이벤트가 끝났을 거라고 생각했던 다음날, 어제 파티를 했던 그 님에게서 메신저가 날라왔다. ‘안들어오세요?’ ‘엥? 끝났잖아요’ ‘아직 하고 있는데요’ 그랬다. 이번 행사는 한국 업체인 엔씨소프트가 아니라 개발사인 미국의 아레나넷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행사였다.

뭔 얘긴고 하니, 행사 기간의 기준 시간이 미국 서부지역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17시간이 늦었다. 행사는 우리 시간으로 11월 1일 오후 5시까지 였던 것이었다.

‘아싸∼아’ 난 횡재라도 한 듯 서둘러 ‘길드워’에 접속했다. 오늘은 어제 이루지 못한 아이템 제작의 꿈을 이루고야 말리라.

번쩍이는 황금색 갑옷을 입어보고 싶다며 그를 설득, 재료 수집차 지겨운 미션에 다시 뛰어들었다. 그러기를 몇시간. 드디어 갑옷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헛! 그런데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정신없이 사냥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덧 시계 바늘은 4시30분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서둘러야 새로 만든 갑옷을 입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런데 마을로 돌아와 NPC에게 분해도구를 구입하고 주워온 아이템을 분해했지만 아직도 가죽이 부족했다. 파티를 했던 님에게 귓말을 날렸다. ‘가죽이 부족해요∼’ 하지만 그 님과 나는 다른 지역에서 서로를 찾아 헤메고 있었다.

‘길드워’는 같은 이름의 마을이나 전초기지라고 하더라도 구역채널을 맞추지 못하면 서로 만날 수가 없었다. ‘8구역으로 오세요’ 서로 채널을 맞춘 다음에야 가죽을 넘겨 받을 수 있었다. ‘자 이제 제작을 해볼까’ 흥분된 마음으로 수공업자를 찾아갔다.

앗! 그런데 이게 웬일. 서버가 끊어져 버렸다. 헤메는 동안에 이벤트 시간이 종료된 것이었다.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잠시 넋을 놓고 있는 사이에 메신저가 깜빡였다.

‘ㅎㅎ 다음 기회에 만들어요’ 쩝, 그렇게 ‘겨울문턱에서’는 제작아이템을 한번 입어보자는 소망을 이루지 못한채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다음번에는 꼭 만렙까지 올리고 제작 아이템을 만들어 입고서 PVP를 해봐야지!’하는 마음에 벌써부터 2차 프리뷰 이벤트가 기다려 졌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