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모바일게임 플랫폼 전쟁의 헤게모니를 잡기위한 휴대폰 진영과 게임기 진영의 경쟁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휴대폰 진영에선 게임 기능을 대폭 보강한 게임 전용폰을 속속 내놓고 있고, 게임기 진영에선 차세대 휴대형 게임기인 닌텐도의 ‘DS’와 소니의 ‘PSP’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휴대폰 진영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DS와 PSP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휴대폰과 게임보이어드벤스(GBA)·게임보이컬러(GBC) 등 휴대형 게임기는 전혀 다른 시장으로 간주돼왔다. 두 플랫폼 모두 이동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플랫폼임에 틀림없지만, 휴대폰의 하드웨어 성능이 게임기에 크게 못미쳐 자연스럽게 영역 구분이됐다. 콘텐츠 역시 자연히 휴대폰용은 퍼즐·보드 등 킬링타임용 라이트한 게임이 주류를 이룬 반면 게임기용은 기존 비디오게임이 컨버젼된 게임이 많았다. 유저층 역시 휴대폰용은 저 연령층이 많은 반면 게임기용은 20대 이상 마니아층이 적지않았다.
그러나, 휴대폰 기술의 급진전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조만간 출시할 게임전용폰은 게임기용 3D 콘텐츠들을 무리없이 돌릴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휴대폰이 휴대형 게임기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 쫓기는 게임기 진영의 반격도 무섭다. GBA를 ‘골동품’으로 전락시킬 만한 DS와 PSP가 각각 다음달 일본에서 첫선을 보인다. DS와 PSP는 이미 지난 5월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인 E3쇼에서 첫선을 보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했다.‘GBA 게 섯거라!’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첨단 IT 및 컨버젼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휴대폰의 게임 기능을 휴대형 게임기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만들었다. 물론 기존에 나와있는 고가 휴대폰은 GBA, GBC 등 세계 휴대형 게임기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닌텐도의 게임보이류에 비해 하드웨어 사양이 다소 처지는게 사실.
그러나, 그 격차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으며,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휴대폰업체들이 연말 출시를 목표로 전략적으로 준비중인 게임 전용폰은 차원이 다르다. 고유의 통화 기능과 MP3, 카메라 등은 기본이고 게임기능 면에서도 GBA를 무색케할 정도다. 휴대폰 계열 모바일 게임 플랫폼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디스플레이 사이즈가 대폭 커졌으며 게임보이류와 같은 와이드 화면으로 바뀌었다. 복잡한 키패드를 사용해왔지만 앞으론 게임기와 같은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구현, 한결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된다. QVGA(240*320)급으로 화소수가 급증해 화려한 그래픽 구현이 가능해졌다. 특히 ARM9 코어가 들어가 있는 MSM(Mobile Standard Mode)6000 시리즈 칩셋 채택으로 처리속도 역시 몰라보게 빨라져 게임보이에 버금가는 타격감과 액션 구현이 무리없이 돌아간다.
그런가하면 메모리와 저장공간이 대폭 커지고 사운드나 하드웨어 인터페이스 등도 개선돼 수 기가급의 RPG, RTS 등 대작 게임들을 론칭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여기에 3D엔진과 그래픽가속기칩이 탑재돼 콘솔이나 PC플랫폼에서만 구현할 수 있었던,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3D 모바일 게임이 대거 출시 대기중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개발중인 게임폰은 게임기인지 휴대폰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라며 “게임폰이 GBC나 GBA의 성능을 능가하는 것이 시간 문제”라고 진단한다.휴대폰의 진화 속도 못지않게 게임기 기술 발전 속도도 만만치 않다. 게임보이 초기만해도 ‘장난감’ 취급을 받았지만 이젠 어엿한 모바일 게임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특히 다음달 일본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발매될 닌텐도의 DS와 소니의 PSP의 경우 강력한 하드웨어 스펙과 다양한 부가기능을 바탕으로 휴대형 게임기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란 평가다.
우선 닌텐도의 DS는 강력한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무엇보다 강점. 세계 시장의 약 9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게임보이용 콘텐츠가 컨버젼되고 닌텐도의 수 많은 서드파티들이 콘텐츠를 쏟아낼 경우 게임폰은 물론 라이벌인 PSP까지 압도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DS는 특히 1Gb 이상 수록 가능한 롬카트리지와 더블 스크린, 메신저 기능과 최대 16명까지 무선 연결할 수 있다.
소니가 콘솔에 이어 모바일시장까지 닌텐도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PSP는 휴대용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레이어에 가까울 만큼 강력한 기능으로 무장했다. 1.8GB급 광매체 ‘UMD’에 16 대 9 방식의 4.3인치급 초대형(?) 와이드스크린을 장착했다.
MP3와 동영상 재생을 지원하며, GPS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PSP는 특히 X박스를 제치고 세계 비디오게임 시장을 석권한 ‘PS2’와 연계돼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과 기대된다. 콘솔전문가들은 “게임폰의 퍼포먼스가 놀라울 정도라고 하지만, 게임기능만 놓고보면 아직은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차세대 모바일 게임 플랫폼 헤게모니 싸움은 현재로선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휴대폰과 게임기 진영의 영역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데다 각 플랫폼의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우선 게임 자체의 기능과 가격경쟁력면에선 DS와 PSP의 우세가 예상된다.
게임폰의 성능이 상당히 업그레이드됐다고는 하나 아직 DS와 PSP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가격 경쟁력 역시 소비자 가격이 20만원대 미만으로 예상되는 DS와 30∼40만원대로 추정되는 PSP에 비해 게임폰은 70∼80만원대로 열세다.
그러나, 게임기와 달리 게임폰은 고유의 통화 기능을 바탕으로 향후 방대한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다. 게임기 진영에 비해 취약했던 콘텐츠 질도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게임기용 콘텐츠를 개발했던 일본의 게임명가들이 이미 상당수 게임폰용 콘텐츠 개발을 마쳤거나 개발중이다.
특히 한국 시장의 경우 게임보이 보급률이 낮아 관련 콘텐츠업체들이 DS나 PSP용 콘텐츠보다는 게임폰용 3D 콘텐츠 개발에 더 적극적이다.
결국 휴대폰 진영과 게임기 진영의 한판 승부는 각각의 플랫폼 속성을 잘 살린 콘텐츠를 초기에 얼마나 많이 쏟아냄으로써 유저들을 흡입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인 핀란드 노키아가 ‘엔게이지’란 게임폰을 출시했다가 이에 맞는 콘텐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참패했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 모바일게임 시장은 게임폰과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가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의 영역을 파고들며 충돌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각 플랫폼 간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당분간 마니아층으로 분류되는 ‘해비 유저’들은 DS와 PSP를 선호하고 라이트한 유저는 게임폰을 찾는 혼전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