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리뷰]FIFA 2005

‘피파 2005’는 EA스포츠가 자랑하는 여러 게임 중의 하나다. 매년 새로운 시리즈를 발매하며 전세계적으로 수백 만장을 팔아 버리지만 강력한 라이벌로 인해 서서히 그 명성을 잃고 있다.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위닝일레븐’이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되고 유럽과 북미에서 조금씩 저변을 확대하고 있어 ‘피파 2005’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더게임스 리뷰팀은 ‘그래도 해볼만 하다’는 평가와 동시에 ‘피파’의 고질병을 지적하며 새로운 것이 별로 없다는 목소리를 냈다.‘피파 2005’의 강점은 퍼스트 터치 컨트롤 시스템이다. 이것은 공을 받는 선수가 공에 발이 닿기 직전에 미리 움직임을 설정해 수비수를 따돌린다는 복잡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빠르고 경쾌한 축구 게임을 버리면서 사실성을 추구하며 정통 ‘피파’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피파’라는 이름이 주는 힘은 강력하다.

특히 국내에는 피파 마니아층이 많아 PC 축구 게임의 제왕으로 군림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 국가대표팀이 빠졌지만 ‘피파 2005’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총 출동해 그들의 얼굴과 동작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것은 EA의 막강한 자본력으로 피파(FIFA)와 라이선스 계약으로 얻은 것으로 다른 축구 게임이 근접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다.

또 박진감 넘치고 강한 비트의 사운드 트랙은 이 게임의 새로운 면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여전히 골 성공률이 높은 루트가 존재하고 하프 라인에서 때리는 슈팅이 총알처럼 상대 골대까지 날아가는 등 고쳐야 할 점이 많다.

평점 7.2 그래픽: 7.7 사운드: 7.7 완성도: 6.7 흥행성: 7.7 조작감: 6.3

★예상밖 반전의 아쉬움

참 재밌는 현상이다. 지난해 열린 EA 액션 페스티벌에서도 “‘피파’와 ‘위닝’의 비교는 마치 소나타와 경차의 비교와 같다”는 말로 ‘피파’ 시리즈의 대중성을 피력한 EA의 간판 타이틀이 점점 ‘위닝일레븐’을 닮아가고 있는 모습이 말이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를 떠나 항상 유저들의 가장 큰 논쟁거리로 부각되곤 하는 ‘피파’와 ‘위닝’이 서로를 닮아가고 있는 모습은 어쨌든 재미있는 광경임에 틀림이 없다. 과거, 축구를 가장한 슈팅게임에 가까웠던 ‘피파’시리즈는 2002년을 기점으로 ▲패스와 미드필더의 강조 ▲선수 캐리어와 매니저 시스템 강화라는 것을 골자로 점차 내공을 쌓아가고 있다.

물론 슈팅게임에 가까운 원맨쇼의 정점을 보여준 과거의 시리즈를 ‘피파’의 가장 큰 장점으로 평하고 있는 유저도 많지만 좀 더 현실적인 축구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EA스포츠의 노력은 ‘피파’ 시리즈가 장수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피파 2005’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한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공격의 물꼬를 튼 퍼스트 터치 시스템. 제작사에서도 무수히 장점을 피력해온 퍼스트 터치는 패스를 받는 선수가 첫 번째 볼 터치에서 다음 동작을 미리 예비하는 동작을 말하는데, 수비하는 쪽에서는 공격수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수비의 허를 찌른 돌파나 패스를 가능하게 하는 대단한 메리트를 부여한다.

자유자재로 공을 던져 다양한 찬스를 얻어낼 수 있는 스로우-인 시스템 역시 칭찬받을 만한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축구팬들에게 허탈한 웃음만 나오게 만드는 프리킥과 코너킥 시스템은 이러한 발전을 무색케 만드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항상 고정된 방향으로 밖에 날릴 수 있는 코너킥 그리고 성공률이 패널티킥에 육박하는 슈팅게임 형식의 프리킥 시스템이야말로 ‘피파’가 개선해야할 단점이 아닐까 싶다.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캐리어모드 역시 EA스포츠가 내세우지 말았어야 할 장점 아닌 장점이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항상 발전된 게임 시스템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가는 EA스포츠라지만 이런 고질병 덕택에 그들이 추구하는 ‘독점’으로의 행보는 요원한 바람이 되버리는 것이다.

평점: 7.4 그래픽: 8 사운드: 8 완성도: 7 흥행성: 7 조작감: 7

★한국팀이 빠져 `옥에 티`

`위닝 일레븐’ 시리즈와 함께 축구 게임계의 투 톱…이니 어쩌니 하는 글들은 이제 와서는 솔직히 지겹다. 그만큼 최근 몇년 동안 똑같은 대립 구조가 계속되어 왔으며, ‘피파’는 게임을 좀 아는 유저라면 제목 자체가 친숙할 만큼 유명한 시리즈다.

또 국내에 발매되는 EA 스포츠 게임 시리즈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작품이며 인기도 제일 많고 정기적인 리그가 존재했던 유일한 스포츠 타이틀이다. 그러나 최근 ‘위닝 일레븐’ 시리즈가 서양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게 되면서 이번 ‘피파 2005’에는 라이벌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두 게임들이 서로를 닯아가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지만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EA스포츠가 아닐까.

이 게임은 등장하는 슈퍼 스타들의 움직임이 훨씬 부드러워졌을 뿐 아니라 그런 부드러운 그래픽을 통해 ‘퍼스트 터치 컨트롤’이라는, 볼이 선수의 몸에 닿을 때의 상황에 따라 볼 컨트롤이 달라지는 시스템이 추가됐다.

전체적인 경기 흐름이 전작에 비해 실제 축구 경기 자체에 가까워졌고 ‘챔피언쉽 매니저’에서 볼 수 있었던 프랜차이즈 모드가 포함되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발전된 모습이다. 이것들은 조금 더 사실성에 다가가기 위해 삽입된 요소며 확실히 라이벌의 영향이 컸다. 또 국내 유저를 위해 음성까지 포함한 한글화로 성의를 보이고 있어 더욱 마음에 든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 덕분에 전작보다 한 단계 상승한 게임이 되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여러 축구 게임(온라인 게임을 제외한) 중에서 온라인을 지원하는 유일무이한 작품이라는 요소도 대표적인 강점이다. PS2용 타이틀의 온라인 지원은 흔히 볼 수 있는게 아니며 EA스포츠 게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힘들어 한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에 한국 국가 대표팀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큰 문제로 작용한다. 아무리 한글화가 잘 되어 있고 다양한 장점이 존재해도 우리 나라에서는 분명 약점이다. 한글화가 되지 않은 경쟁작은 뚜렷하게 태극기 마크가 게임 내에서 보이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이 부분만 제외한다면 이번 ‘피파 2005’은 오랜 시간 동안 재미있게 즐길 작품이다.

 평점: 7.4  그래픽: 8  사운드: 7  조작성: 8  완성도: 8  흥행성: 6

★실망스런 작품 완성도

‘피파 99’는 축구 게임의 최고봉이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든, 스코어가 핸드볼 수준으로 나오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축구 ‘골 맛’의 쾌감을 확실히 각인시켜 준 게임이 바로 ‘피파 99’다.

이 게임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도록 만들었으며 지금까지도 ‘피파’라고 하면 수백 만장이 기본적으로 팔리는 베스트 셀러로 인정받고 있다. 게임이 유저에게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도구’라면 ‘피파 99’는 정말 훌륭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개발자들은 코나미의 ‘위닝일레븐’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비극은 시작됐다. ‘피파’는 자신이 세웠던 기본 토대를 무시하면서 ‘위닝일레븐’이 추구했던 사실성을 가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유저들은 변화와 발전으로 환영했지만 이 게임을 버리는 유저도 속출했다. 그리고 이제 ‘피파’는 ‘피파 2005’까지 왔다.

끊임없이 자아 복제를 하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개발사에서 그토록 자랑했던 퍼스트 터치 컨트롤 시스템은 ‘수비수를 따돌리기 위한 사전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다른 게임에서는 당연히 지원했던 것에 불과하다.

스루패스는 엉성하고 총알같은 슈팅도 그대로며 바보같은 골키퍼도 여전하다. 사실성을 높인다며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을 강제로 낮춘 부분에 이르면 어이가 없어 진다. 선수들의 드리블 속도와 뛰는 스피드만 줄인다고 과연 사실성이 높아질까? ‘NBA 라이브 2004’에서 찬사 받았던 캐릭터 생성 시스템을 삽입하면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인가?

‘피파 2005’는 자신을 복제하는 도중 파리가 끼어들어 유전자가 섞인 꼴이다. ‘피파’가 추구했던 정통 아케이드를 꾸준히 밀었다면, 지금처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비빔밥은 안 됐을 것이다. 오히려 축구 게임계의 하나의 축으로 인정받았을 것이다. ‘혹시나’에서 ‘역시나’로 실망하는 마음은 도대체 언제쯤 해소될 것인가.

평점: 6.8 그래픽: 7 사운드: 8 완성도: 5 흥행성: 8 조작감: 6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