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뮬게임을 찾아서]디그 더그(Dig Dug)

지상과 하늘을 무대로 삼은 게임은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지하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게임은 없을까? 1982년 남코에서 개발하고 아타리에서 유통한 아케이드 게임 ‘디그 더그(Dig Dug)’는 바로 이와 같은 개념에서 출발했다.

이 작품은 캐릭터의 출발만 지상이고 모든 플레이는 지하에서 이뤄진다. 두더지와 광부의 합성같은 캐릭터는 오로지 땅만 계속 파야 하는데 지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적들을 암석으로 모두 물리치는 것이 목적이다. 땅을 파는 것도 무식하게 굴을 뚫어 적에게 총알을 난사하는 것이 아니라 교묘하게 통로를 연결하고 자유의 몸이 된 적을 암석에 깔려 해치워야 하기 때문에 두뇌 플레이가 요구된다.

 처음 접하면 이해하기 어렵고 생소한 면이 많아 좌절하기 쉽지만 기본 개념만 확실히 깨우치면 그 다음부터는 유저의 아이큐 테스트로 넘어간다. 이 게임처럼 오락실에서 골돌히 생각하며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작품은 정말 드물었다.

당시의 빠르고 화려한 액션류의 게임에 비해 독특한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는 타이틀이었고 실제 유저들의 많은 인기를 모았다. 또 ‘벅밥’이나 ‘미스터 디그도’, ‘지그 재그’ 등 다양한 해킹 게임이 등장할 정도로 업체의 관심도 끌었다. ‘디그 더그’는 그래픽이 떨어지는 고전과 명작이 왜 오늘날에도 연구 대상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