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그 무대에 올드보이 르네상스 열기가 뜨겁다.
특히 ‘4대천왕’이 보여주고 있는 요즘의 모습은 마치 스타리그 무대가 지난 2002년으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만큼 이번 시즌에는 올드보이들의 선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4대천왕 가운데도 ‘테란의 황제’ 임요환과 ‘폭풍저그’ 홍진호의 부활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 이들은 지난 시즌에는 본선무대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임요환의 경우 후계자인 최연성에게 자리를 내주고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들어야 했다. 또 홍진호는 지난 시즌에 박성준이 우승하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수년간 저그 최강의 자리를 지켜온 자신이 못이룬 꿈을 박성준이 대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시즌 들어 전성기의 기량을 되찾은 듯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과는 ‘에버컵 스타리그’에서 나란히 4강 진출. 오는 12일에는 결승진출권을 놓고 ‘임진록’을 펼쳐야 한다. 특히 홍진호는 언제 슬럼프를 겪었냐는 듯 프리미어리그에서도 6승 2패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영웅토스’ 박정석은 허리디스크라는 악조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비록 지난 5일 벌어진 최연성과의 ‘에버컵 스타리그’ 준결승전에서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되기는 했지만 지난 시즌 결승진출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4강에 오르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해 그랜드슬럼의 위업을 달성한 ‘천재테란’ 이윤열은 슬럼프를 모르는 듯 꾸준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즌에 아깝게 4강 진출이 좌절되기는 했지만 팀을 ‘스카이 프로리그’ 2라운드 우승으로 이끌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6승3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4대천왕의 재림을 가장 기뻐하는 이들은 바로 팬들이다. 스타리그 관계자들은 이들이 결승전에서 만나는 것을 가장 신나는 카드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팬들은 결승이든 준결승이든 이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 자체에 흥분하고 있다. 실제로 임요환과 홍진호의 팬들은 누가 우승할까 보다는 과연 누가 최연성과 우승컵을 놓고 다툴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스타리그 무대는 부활한 이들 올드보이들과 새롭게 떠오르는 신예들간에 펼쳐지는 더욱 치열한 기싸움으로 한층 열기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