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포커살롱]"실수도 실력"

최근에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지만, 진로배 세계바둑대회에서 전무후무한 파죽의 9연승을 달렸고 바둑 올림픽인 응씨배에서 우승 등 한때 세계 정상을 호령했던 서봉수 9단은 바둑계에 솔직, 담백한 성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직선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서 9단의 독특한 화법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예전에 서 9단이 다 이긴 바둑을 마지막 순간에 말도 안되는 실수를 범해 진 적이 있다. 그 실수는 아마추어라도 어느 정도의 수준에만 있으면 범하지 않을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것이었기에 보는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그래서 필자는 “세계 초일류들도 그런 실수를 한다는 게 믿을 수 없다. 무슨 이유인가”라고 서 9단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서 9단의 대답인즉, “실력부족”이라는 단 한마디였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프로의 세계에선 실수도 실력”이라며 “자신의 마음이 불안할 때 실수가 나오는 법이고, 그 불안한 마음가짐이란 상대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느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 했다. 즉, 상대에게 이길 자신이 있으면 실수도 나오지 않으며, 그것이 바로 실력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실수로 인정할만한 것임에도 스스로의 실력 부족을 패인으로 받아들이는 서 9단의 모습에서 필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동시에 이것이 초일류 승부사들이 가진 마음가짐이라 생각했다. 서 9단의 말을 간단히 정리하면 ‘승패는 어떤 경우에도 실력이 나타난 것’이라 결론 내릴 수 있다.

포커게임도 예외가 아니다. 1∼2시간 안에 끝나지 않고 장시간 이어지는 포커게임에서 승패 역시 실력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포커게임의 하수들은 이상하게 이 평범한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포커는 패 떠먹기’라며 자신의 실력부족을 인정하는데 인색하다. 이러한 사람들은 실력을 기르려하기보다 항상 운을 탓한다. 그러니 결과는 나쁠 수밖에 없다.

포커는 배운지 일주일밖에 안된 사람과 10년을 해온 사람이 게임을 하더라도 100% 동등한 조건에서 승부를 겨룬다. 그렇기에 하루 종일 엄청난 행운이 계속 따라주지 않는 한 하수가 고수를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하수들은 ‘거기서 풀하우스만 떴어도…’ ‘거기서 플러시가 떴어야 했는데…’라는 식으로 불운만을 원망하며 꿈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듯 포커게임에서 실력차가 많이 나는 고수와 하수 간의 게임은 사기도박이라고 할 정도로 그 결과가 확연히 구분된다.

실력이 부족해 항상 게임에서 패배하는 하수들은 이제부터라도 그 패인을 불운으로 돌리려는 생각을 버리자. 그리고 선택은 실력을 기르든지, 아니면 포커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실력을 기르려니 어렵고 포커게임을 그만두지도 못할 경우에는 어찌해야 하나. 그때의 답은 오직 한가지. 돈으로 때우는 방법 말고는 없다. 하지만 포커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모두 재벌이 아닌 한 돈으로 때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포커에서든, 인생에서든 자신의 패배를 불운이나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한시라도 빨리 버려야할 비겁한 마음가짐이다. 여러분 모두가 패배를 실력이나 능력부족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각고의 노력으로 실력을 갖추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시길 바란다.

<펀넷 고문 leepro@7pok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