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문화부-정통부 MOU 득실 논쟁

게임산업진흥법 제정을 싸고 문화관광부가 마련한 초안에 정보통신부가 적극 개입할 의사를 내비치자 지난달 체결한 양부처의 업무협력합의서(MOU)를 놓고 득실 논쟁이 한창이다.

특히 문화부는 MOU 체결을 계기로 정통부의 반발이 예상되던 게임산업진흥법 제정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정통부가 ‘MOU 정신’을 명분으로 사사건건 개입하려 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정이 이쯤되자 문화부 일각에서는 “MOU 때문에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MOU 체결을 앞두고 국무조정실이 온라인게임 등급분류를 영상물등급위원회로 일원화할 것으로 권고하는 등 게임 주무부처로서 문화부에 힘을 실어줬음에도 MOU에 합의함으로써 정통부가 ‘시어머니’ 노릇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

실제 지난달 초 MOU 합의 내용이 발표되자 문화부 일각에서는 허탈한 심정을 토로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문화부가 지난해부터 공들여 추진해온 국제게임전시회를 정통부가 공동 개최키로 했다는 합의문이 발표되자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달랑 얹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기대를 모았던 정보화촉진기금을 디지털콘텐츠 산업활성화에 투입하자는 계획마저 무산되고 고작 정보화촉진기금운용심의회 위원 1인을 문화부 몫으로 배정받자 ‘MOU 무용론’도 터져나왔다.

하지만 문화부측은 그동안 정통부와 대립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던 각종 현안이 일사천리로 처리될 수 있다는데 MOU체결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연내 제정을 추진해온 게임산업진흥법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정통부가 ‘MOU 정신’을 내세워 게임산업진흥법도 사전조율을 공공연하게 강조하면서 문화부의 예상은 갈수록 꼬여가는 형국이다.

정통부측은 “MOU 합의문에는 양부처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실무자와 정책협의회를 통해 공동 대처키로 명시하고 있다”며 게임산업진흥법 제정에도 정통부가 적극 개입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정통부는 문화부가 만든 게임산업진흥법 초안에 대한 정통부 의견서를 문화부에 전달하는 등 일종의 ‘선전포고’까지 한 상태다.

정통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MOU체결에 못마땅했던 문화부 일부 관계자들은 “문화부가 정통부의 두뇌플레이에 놀아났다”며 노골적인 비판도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

그래도 문화부는 더 이상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다. 영역다툼을 불식하겠다는 대의명분으로 체결된 ‘MOU 정신’을 거스를 뚜렷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진흥법 제정은 MOU체결 이후 양부처의 첫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정통부의 제의를 대놓고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문화부 게임음반과 관계자들은 겉으론 “MOU체결로 적대적인 관계가 해소됐다”며 “양부처가 대립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이면 안된다는 부담을 갖고 있는 만큼 게임산업진흥법 제정과 관련한 이견도 쉽게 조율될 것”이라고 기대를 걸고 있다. 출발부터 ‘불안한 오월동주’에 비유된 양 부처의 MOU 체결이 실익논쟁으로 다시 유야무야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문화부 일각에서는 게임산업진흥법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와 관련한 현안마다 정통부가 ‘MOU 정신’을 내세워 사사건건 개입할 것이라는 것이다. 명분이냐, 실익이냐. 문화부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질 전망이다.문화부와 정통부는 MOU를 체결한 뒤 신뢰관계 형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문화부가 주도하고 있는 게임산업진흥법이 ‘뇌관’으로 떠올랐지만 양 부처 관계자들은 협의과정에서 서로 갈등하거나 진통을 겪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문화부가 만든 게임산업진흥법에 대해 구체적인 조항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서로 협의하고 조율하면 충분히 매듭지어질 것”이라며 부처간 이견을 바로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을 경계했다.

문화부 관계자도 “양 부처가 협력을 위해 실·국장급 회동뿐 아니라 사무관급 회의도 잦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양 부처는 지난달 국장급 회동에 이어 최근에는 실장급 회동을 비공식적으로 갖는 등 협력무드가 한껏 무르익고 있다. 양 부처 장관이 솔선수범해서 맺은 ‘MOU 정신’이 실·국장뿐 아니라 실무진인 과장과 사무관급에도 확산되고 있는 것.

지난 2002년 양 부처가 협력키로 합의하고도 실무진에서는 유야무야됐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하지만 이같은 협력무드가 과연 실무진에도 깊숙히 뿌리를 내릴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게임산업진흥법 제정과 관련해 문화부 실무진이 연내 제정을 주장하는 반면 정통부 실무진은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며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에도 양 부처의 협력은 실무진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