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것은 수익과 지출이라는 두 가지 명제를 함께 묶어 말하는, 일종의 경제 논리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나는 말한 그대로 그것이 경제논리라면 돈을 쓸 줄 아는 편이다. 이익을 창출해내기 위한 지출에는 과감해지는 편이니까. 하지만 나 개인적인 지출에는 소금같은 짠맛을 발휘하는 편이다. 오히려 돈을 쓰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웹젠 창업 당시, 내가 세워놓은 몇 가지 철칙 중에 ‘회사가 이익구조로 가기전에는 절대로 차를 바꾸지 않겠다’는 항목이 들어 있었다. 사소한 다짐이지만, 당시는 벤처 열풍이 불면서 화려하게 치장한 작은 기업들이 우후죽순 번지고 있을 때였다. 사업을 시작한 오너 중에는 자신을 위해 돈을 쏟아 붓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명품을 입고, 외제차를 타야 성공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성행하기도 했을 만큼.
하지만 그들 중에는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일찌감치 문을 닫고 만 경우가 허다했다. 비전을 현실화하지 못하고 단순히 꿈꾸는 것으로만 그치게 한 것이라고나 할까.
5년 된 중고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면서도 그것이 부끄럽다는 생각 같은 건 해 본 적이 없다. 당시의 경제적 능력으로 본다면 내게 꼭 맞는 살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앞으로 나는 큰돈을 벌 것이므로 미래 기준에 맞춰 좋은 차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쯤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흔한 실수를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이익은 그것이 눈앞에서 보일 때 비로소 순이익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런 성격은 회사를 위한 투자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지금 하고자 하는 투자가 과연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인가를 수없이 되묻는다. 필요 없는 투자는 결국 낭비가 되고 만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정도쯤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사소한 지출도 결국은 한몫에 나타나게 돼 있다.
반면에 우리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일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게임 개발이 한창이던 웹젠 창립시절, 아무리 돈이 없어도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이는 일에는 너그러운 편이었다.
잘 먹고 열심히 일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었으니까. 직원들에게 보약을 지어 먹이고, 가족들을 동반한 제주도 여행을 기획한 것도 그래서였다. 누군가는 ‘가진 것도 없는 회사가 그렇게 낭비를 해도 괜찮은가’라고 물었지만 적어도 오너인 내가 판단하기에 그것은 지출이라기보다는 투자였다. 지출이란 단순히 그 가격만큼 사용하는 것이지만, 투자에는 보이지 않는 능력에 영향력을 주는 플러스 요인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돈이란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만이 벌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정말 가치 있는 지출이라는 쪽에 무게를 둘 수 있다면 아끼지 않고 쓸 줄도 아는 것이 ‘똑똑한 지출의 법칙’인 셈이다.
<이젠 사장 saralee@e-ze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