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G소프트의 안재광씨는 다양한 이력을 모두 포기하고 자신의 손으로 게임을 직접 만들고 싶어 30살이라는 나이에 인생을 다시 시작한 사람이다. 관광 가이드와 PC방 사장을 거쳐 프로그래을 열심히 짜고 있는 그는 진정한 게임 마니아이자 불타는 열정을 지닌 개발자다.
“여행사에서 외국인 가이드 2년 하고 PC방 사장 3년 했습니다. 지금은 게임 개발자로 일하고 있죠. 게임이 너무 좋아 직접 만들고 싶어서 인생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KRG소프트에서 열혈강호 클라이언트를 담당하고 있는 안재광(31)씨의 말이다.
그의 이력은 매우 특이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행사에서 외국인들에게 경주 유적을 소개하는 관광 가이드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2년 동안 가이드 생활을 하다 어느날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했고 그것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매일 PC방에서 살았고 게임에 빠져 흔히 말하는 폐인 생활을 했던 것. 덩달아 ‘리니지’를 접하면서 PC방에서 아주 먹고 살았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PC방을 하나 차리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PC방 사장님이 됐다. PC방 주인이 되면 기본적으로 온라인 게임을 여러 개 하게 된다. 주인장이 온라인 게임을 하면 손님들도 따라하기 때문에 단골 고객이 확보되고 다양한 게임에 대한 지식도 많이 쌓을 수 있다. 물론 자신이 게임을 좋아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 갤러그도 만들기 어렵더라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게임도 정말 많이 했어요. PK의 진정한 맛을 그 때 처음 느꼈고 지금도 PK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게임은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다 안 씨는 자신이 게임을 실제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의 눈으로 보기에 국내 게임들은 완성도가 낮아 보였고 본인이 개발하면 훨씬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그래서 30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과감히 PC방을 접고 KCCA에서 1년을 수료하고 KRG소프트에 입사했다. 하지만 게임 개발은 보기와 달리 무척 어렵고 힘들었다. 그도 여러번 좌절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KCCA에서 갤러그를 만들었는데 총알이 연발로 안 나가는 거에요.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정말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총알을 연발로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다니요.”
결국 일선 개발자의 도움을 받아 겨우 해결했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었고 개발을 공부하면서 넘어야할 산은 너무나 많았다며 껄껄껄 웃었다.
#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서 그의 게임에 대한 이력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삼국지 2’부터 시작해 ‘슈퍼 대전략’, ‘은하영웅전설’, ‘메탈 기어’, ‘이스’, ‘자낙’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PC 게임과 MSX 게임들을 모조리 꿰고 있었고 게임의 작은 부분까지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안씨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게임에 흥미를 가졌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어린 시절부터 대단한 게임 마니아였던 것이다. 대학을 다니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잠시 외면했던 게임으로 다시 돌아온 탕자가 바로 그다.
“당시 게임들은 진정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온통 아이템이니, 레벨이니, PK 경쟁으로 게임들이 천편일률적으로 흐르면서 자극적인 재미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그래서 전 어린 시절 받았던 충격과 감동을 제 손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저의 진짜 목표죠.”
여드름 투성이 학창 시절 즐겼던 게임을 줄줄이 열거하면서 그는 그 때의 기억이 새삼 떠올랐는지 눈빛이 달라졌다. 그 눈빛 속에서 게임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 미래의 꿈을 향해 오늘도 주마간편
“제 꿈은 60살이 넘어도 계속 일을 하면서 책상 위에서 코딩하다 쓰러져 죽는 것입니다. 전 이 일이 너무나 좋고 사랑스럽습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 이제, 제 길을 찾은 겁니다.”
그의 게임에 대한 열광적인 사랑을 막을 존재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자신의 손으로 게임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위해’ 안씨는 현재 일본어와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업무 시간이 끝나면 근처 학원을 찾아가 일본어와 피아노를 매일 익히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위한 과정이라며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3년 후에 말해주겠다고 했다. 실로 오랫만에 기자는 게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게임 개발자를 만났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