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포함한 디지털콘텐츠 업계에서 서병문 문화산업콘텐츠진흥원장을 모르는 사람의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가 현 콘텐츠진흥원장이라서가 아니라 게임과 문화콘텐츠 산업에 끼친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콘텐츠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최근 연임에 성공한 서 원장을 만나봤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게임강국이라고 말 하는데 사실은 게임강국이라고 볼 수 없지요. 이제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서병문 원장은 비판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무한히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게임산업을 위해 처음부터 따끔한 충고로 시작했다. 하지만 서원장은 우리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보다 완벽하게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해 나가면 명실상부한 게임강국이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 삼성전자에서 영상사업단 만들어
서병문 원장은 원래 부산대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KIST에서 연구하던 엔지니어였다. 그랬던 서 원장이 콘텐츠와 인연을 맺게된 것은 삼성전자에서 신규사업을 위해 유능한 인재를 찾던 중 서 원장을 스카우트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서원장은 신규사업을 위해 여러가지 유만산업을 찾다가 뉴미디어에 관심을 갖게된다. 향후 방송과 영상이 산업을 주도해 나갈 것을 예견한 서 원장은 당시 생소하기만 했던 벤처기업과 뉴미디어산업의 정의에서부터 미래 비전까지를 경영진에 보고했다.
그의 보고서를 본 경영진은 뉴미디어사업에 그룹의 힘을 집중키로 하고 서 원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80년대 중반 삼성전자는 스타맥스를 비롯한 영상사업에 진출, 많은 일들을 벌였다. 결국 삼성이 영상사업에서 철수하게됐지만 그 때 함께 일했던 유능한 인재들은 그대로 영상분야에 남아서 오늘날 한국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리는데 한 몫을 하게 했다.
“당시에는 벤처라는 용어 자체도 생소했지요. 그리고 뉴미디어라는 말도 잘 몰랐어요. 기본적인 용어의 정의에서부터 외국의 현황과 앞으로의 비전 등을 자세히 조사해서 보고 하니 경영진에서 해 보라고 하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삼성이 영상사업에 뛰어들게 된 겁니다.”
영상사업 뿐만이 아니다. 서 원장은 삼성전자에서 게임사업을 처음 시작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에 서 원장과 함께 게임사업을 벌였던 사람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게임업계에 남았는데 대표적인 이들이 이니엄의 최요철 사장과 지오인터랙티브의 김병기 사장이다. 이 두사람은 지금도 서원장과 각별한 사이라고 한다.
# 새로운 도전에 나서다
삼성전자에서 부사장으로 미래가 보장됐던 그에게 새로운 숙제가 떨어졌다. 문화부에서 그에게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산업을 진흥시킬 역할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새롭게 만들어질 문화산업콘텐츠진흥원(당시 )을 이끌 적임자로 서원장 만한 사람이 없다는 문화부의 간곡하고 끈질긴 요청에 서원장은 결국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들을 받으면서 살아왔으니 이제는 이 나라와 콘텐츠산업을 위해 내가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서원장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산업으로 탈바꿈 시키며 우리의 자산으로 만들어 나가는 일에 주력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우리 문화원형의 디지털콘텐츠 사업이었고 콘텐츠수출 지원사업이었다.
그동안 열정과 순수로 일해온 그를 정부에서도 다시한번 신임해줬다. 서원장을 제 2대 진흥원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2대 원장에 신청을 하면서 마음을 비웠다고 봐야죠. 꼭 다시 해야 한다기 보다는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마무리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사히 받아들이고 아니어도 미련을 두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는 서원장은 밝게 웃으며 방금 나온 ‘2004 문화원형 콘텐츠 총람’을 자랑스럽게 꺼내 보여주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나온 이 총람은 우리민족 고유의 문화원형들이 고스란히 디지털콘텐츠로 만들어져 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고려시대 복장이나 무기를 이용해서 게임을 만들려고 할 때 어디에서 참고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문화원형 콘텐츠에는 모든 것이 담겨있어요. 손쉽게 참고해서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게임 뿐 아니라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고할 수 있는 자산을 갖게된 것이지요”
서 원장은 이처럼 일반인이나 기업체에서 하기 어려운 기본사업들이 보다 많이 해 나갈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게임산업은 아케이드, 콘솔, 모바일, 온라인, PC패키지 등 다섯가지분야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PC게임은 사양화됐고 아직까지 아케이드와 콘솔이 전체 게임시장을 주도해 가고 있습니다. 온라인게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자만해서는 안됩니다.”
서 원장은 우리 게임업체들이 보다 큰 시장을 향해 나갈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란다.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는 서원장의 말을 들으면서도 하나하나 주어진 일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에서는 두 어깨에 날개라도 달린 듯 몹시도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74년 02월 부산대학교 섬유공학과 졸업
73년10월∼83년10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
83년10월∼94년3월 삼성물산(주) 사업개발실장
94년3월∼96년11월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정보통신팀장
96년11월∼2001년8월 삼성전자(주) 미디어컨텐츠센터장 부사장
2001년8월∼2004년8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초대원장
<취재부장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