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템플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았다. 부사장 시절 한국을 자주 방문한 그였지만 지난 5월 TI의 새 사령탑을 맡은 후로는 첫 발걸음이다.
CEO가 된 후 첫 한국방문의 느낌이 그 전과 다르냐는 질문에 템플턴 사장은 “다를 바 전혀 없다”며 한국에 대한 친밀감을 표했다. TI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고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에 부품을 공급해왔다는 점을 템플턴 회장은 다시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신임 CEO로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템플턴 사장은 TI에 평사원으로 입사, 엔지니어를 거쳐 부사장,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역임하며 CEO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TI는 급격한 전략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디지털 및 아날로그 부분에 집중하겠다는 TI의 전략은 이미 지난 90년대 중반에 세워졌고, 90년 후반 정보화 바람을 타면서 참모습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TI는 이미 90년대 메모리 사업을 정리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맞을 준비된 기업이므로 CEO가 바뀌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게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템플턴 사장의 눈은 오늘과 내일에 맞춰져 있다.
“통신과 오락 산업이 떠오르는 이 시점이 TI에는 매우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시기입니다. TI는 DSP 및 아날로그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 두가지 기술이 통신 및 오락산업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TI는 휴대폰으로 오락을 하는 새로운 시장에 대해 관심이 높습니다.”
그는 향후 시장은 통신, 오락 그리고 통신과 오락이 융합하면서 시장을 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이 시장에서 TI가 산업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보였다.
“현재 시점에서 시장을 이끌어가는 기술적인 동인으로는 커뮤니케이션(통신)과 엔터테인먼트(오락) 분야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 동안 PC가 해오던 것을 통신과 오락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 두 분야가 이제는 시장의 중심이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올릴 것입니다.”
TI는 디지털신호처리(DSP) 및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및 시장의 기준을 제시하는 기업이었으며 이미 명확한 전략을 갖고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무선 오락 부분이 가장 눈에 띄는 산업이라고 단언한다. 올해 휴대폰 판매대수는 대략 6억대 정도. PC 판매대수가 1억5000만∼2억대 정도니, 휴대폰이 벌써 3∼4배 이상 큰 시장을 형성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무선 통신 부분의 성장이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템플턴 회장은 예견했다. 바로 오락 시장이 무선에 가미되면서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확신하는 것이다.
“무선·오락 통신과 함께 주목해야할 부분은 브로드밴드 통신 부분입니다. 브로드밴드 부분은 고속데이터 전송뿐 아니라 인터넷전화(VoIP) 등 커뮤니케이션 부분을 포함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앞으로는 인터넷 통신을 통해 단순히 인터넷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 인터넷 전화 등을 통해 새로운 요소가 가미될 것으로 본다. 무선에서처럼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고화질(HD)TV 등 오락물이 흐르는 시장을 얘기하는 것이다.
템플턴 회장이 주목하는 세번째 시장은 바로 디지털 가전이다.
“디지털 가전 부분을 주목해야 합니다. 디지털TV,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은 그 동안 아날로그 제품들이 디지털화하면서 진화된 제품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전 기기들이 디지털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디지털화에는 TI의 DSP와 디지털광프로세서(DLP)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반도체와 무관하던 제품들에 반도체가 대거 사용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TI가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템플턴 사장은 강조했다.
TI는 디지털뿐 아니라 아날로그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재미있는 패러독스가 있습니다. 디지털이 많이 성장하면 할수록 아날로그도 같이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템플턴 사장의 말대로 많은 휴대형 기기들이 디지털화되면서 고성능을 발휘하고 있고, 이 뒷단에서 시스템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아날로그 반도체들이 움직이고 있다. 신호를 전환해주는 컨버터도 있고 전원을 관리해주는 부품 등 많은 아날로그 반도체가 수면 밑에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부분에서 강자인 TI에 현재의 시점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 얘기를 통해 한국 시장에 TI에 얼마나 중요한 시장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 같이 통신과 오락 부분에서 한국의 주요 업체들이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템플턴 회장은 한국에서 센서와 컨트롤러 부분을 생산하고 있으며 대학과 제휴를 통해 DSP 프로그램을 운용중일 뿐 아니라 DSP실험실, DSP디자인대회 등을 여는 등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삼성·LG 등 한국의 주요 업체들과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브로드밴드, 오락과 관련된 HDTV 등에서 오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템플턴 회장은 CEO로서 첫번째 방문이지만 ‘큰 선물’을 갖고 오지는 않았지만, TI와 협력해 한국 업체들이 공동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점, 이미 진천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오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앞으로도 TI와 한국기업 간의 ‘윈윈’은 계속될 것이라도 귀띔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etnews.co.kr
<리처드 템플턴 CEO는 누구인가>
지난 5월 1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리처드 템플턴 사장은 평사원에서 시작해 25년 만에 CEO로 승진한 인물이다.
템플턴 사장은 유니온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전 인턴사원으로 시작, 지난 80년 TI에 정식으로 입사하면서 이 회사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특히 엔지니어가 아닌 영업사원으로 시작, 마이크로 프로세서, 마이크로 컨트롤러 등에서 마케팅 및 영업 매니저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 91년에 TI 부사장으로 선임되면서 경영에 참여했다. 지난 94년에는 반도체 부분 수석 부사장을, 96년에는 반도체부문 사장과 TI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부사장 승진 이후 재료 및 제어부품사업부, 교육생산성 솔루션, 디지털이미지사업부문 총괄 등 다양한 부서를 경험했다.
TI의 경영진 대열에 들어선 이후 템플턴 회장은 신호처리용 반도체에 중점을 둔 TI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최고경영층에 참여한 지난 2000년부터 반도체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겪었다. 이 기간 중에 그는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첨단 제조시설이 투자를 함으로써 TI가 기술 우위를 지킬 수 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 5월 1일자로 CEO가 됐다고 TI 관계자들은 전했다.
연도 약력
1980년 TI 반도체 그룹 영업부서 입사
1980년 유니온 전자공학 학사
1984년 LAN 부서 마케팅 매니저, 영업매니저 등
1994년 반도체 부문 수석 부사장
1996년 반도체 부문 사장, TI 부사장
1998년 재료 및 제어부품사업부, 교육생산성 솔루션, 디지털 이미징 사업부문 총괄
2000년 TI COO
2003년 TI 이사회 일원 선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세계 반도체 업체 순위 4∼6위를 오르내리는 종합반도체 회사로 세계 주요 실시간 신호처리 솔루션 개발자이자 공급업체다. 반도체 사업을 비롯한 센서와 컨트롤, 교육 및 생산성 솔루션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본다는 텍사스주 댈러스에 위치하고 있다.
TI의 직원수는 세계적으로 약 3만5800명 정도며 아시아, 유럽, 미주 대륙 25개국에 법인, 판매 및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다.
TI는 지난 1930년, GSI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1951년에 현자와 같은 사명을 가졌다. TI는 수십년간 반도체를 개발해오면서 트랜지스터부터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 제조해 왔다.
그러던 지난 96년에는 TI는 한차례 큰 구조조정 작업을 단행했다. TI는 이 당시 무선 및 모바일 인터넷 혁명을 지원해온 신호처리용반도체(DSP) 제조에 중점을 두는 기업 체제 전환했다. 이와 함께 메모리 사업을 정리하고 투자를 회수해 현재와 같은 사업 구조와 전략을 갖췄다.
TI는 특히 DSP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가전기기에 들어가는 주요 프로세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무선 기기부분에서는 DSP 기술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칩, 베이스밴드 칩을 내놨고 유선 부분에서는 xDSL 칩 등 초고속인터넷 솔루션도 다양하게 갖췄다. 이와 함께 디지털광프로세서(DLP)를 자체적으로 개발, 삼성전자 등 협력업체와 함께 DLP 프로젝션TV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TI의 지난해 매출은 98억달러며 반도체 부분이 전체의 86%인 84억달러, 교육생상선솔루션부분이 4% 4억달러, 제어부품사업부가 10%인 10억달러를 기록했다.
TI코리아(대표 손영석)은 지난 77년 반도체 주문생산(OEM) 사업을 기초로 우리나라에 진출했으며 지난 88년 TI 본사에서 100% 투자해 자회사인 TI코리아를 설립했다. TI코리아는 반도체를 비롯한 센서, 제어부품, RFID 등의 분야에서 총 400명이 일하고 있다. 특히, 지난 89년부터는 충청북도 진천에 전자제어부품 생산공장을 설립, 가전제품 및 자동차 전장용 부품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TI코리아는 지난해 TI 전체의 10% 가량에 해당하는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TI 내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