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을 이끌고있는 이건희 회장이 경기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대해 연이어 희망 메시지를 날려그 속뜻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재계와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5월 말 4개월여의 해외 장기체류를 마치고 귀국한 뒤 제휴관계에 있는 외국기업의 총수들을 서울 한남동의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으로 초청, 만찬을 가지면서 그 때마다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 희망적 견해를 나타냈다.
삼성과 관련되지 않은 일, 특히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를 피해온 이 회장이 자발적으로 나서 한국경제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피력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5일에는 미국 코닝사의 제임스 호튼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수출이 꾸준히 잘되고 있고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특히 정보기술(IT) 인프라가 튼튼하기 때문에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이 발언은 마침 해외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분들이 위기를 제일 많이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 뒤에 나와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한국경제에 대해 희망적 의견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달 11일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을 승지원으로 초청해 가진 만찬에서도 한 국경제가 소비위축으로 다소 침체돼 있으나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나서고 있고 휴대폰, 반도체 등과 같은 수출주력 품목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사정이 점차 좋아질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 고바야시 요타로(小林陽太郞) 후지제록스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경제가 현재 수출이 잘되고 있어 내수만 살아나면 경제가 곧 좋아질것이라고 낙관하면서 한국이나 일본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역할과 협력이 긴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들어 승지원에서 열린 3차례의 외국 유력 기업인 초청 만찬에서 빠짐없이 한 국경제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담아낸 셈이다.
이 회장은 작년에는 이렇다할 해외 기업인과의 접촉이 없었으며, 지난 2002년에피오리나 HP 회장,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당시 회장 등과 승지원에서 만나기는 했으나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경제에 대한 희망적 견해 피력이 올들어서 나타난 변화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 기업인, 그것도 핵심 제휴관계에 있는 기업인을 불러놓고 한국경제가 아무리 암울하다고 해도 비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의례적인 발언이라는 쪽에 무게를 뒀다.
또다른 관계자는 경제가 어렵다는 점은 이 회장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터인데희망적이다 좋아질 것이다 등의 낙관적 견해를 나타낸 것은 결국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립서비스 차원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계 1위 그룹의 수장으로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려는 생각이 담긴 것 이외에 다른 뜻은 없다면서 외국 기업인을 위한 의례적인 발언이었다면 굳이 언론에 공개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