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은 지상파방송에 속하는 신규 방송서비스로 내년 상반기 중 서울·수도권에서 상용화될 전망이다. 프로그램도 이동방송에 적합한 신규 콘텐츠와 기존 지상파TV 프로그램이 적절하게 조합될 것으로 보여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무료 지상파 이동방송이라는 새로운 방송영역을 개척할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기존 지상파TV사업자군과 비 지상파TV사업자군(CBS는 지상파라디오방송사업자로 비 지상파TV사업자 군에 포함)의 배분 문제로 큰 고심에 빠졌다.
방송위는 서울·수도권에서 각각 비디오 1개 채널, 오디오 4개 채널, 데이터 1개 채널 정도가 가능한 1.54MHz 주파수 대역폭을 운용할 6개 멀티플렉스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6개 사업자 선정에 5개 지상파TV사업자와 9개 비 지상파TV사업자가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돼 완전경쟁 비교심사와 군별 비교심사를 두고 업계의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방송위의 사업자 선정방안=방송위가 공개한 사업자 선정방안(초안)은 1―1안·1-2안·2안·3안 등 모두 네 가지다. 1-1안과 1-2안, 3안은 6개 사업자를 둘로 나눠 3개는 지상파TV사업자에게, 나머지 3개는 비 지상파TV사업자에게 사업권을 주는 안이다. 지상파TV사업자군만의 비교심사를 통해 3개 사업권을 주고, 비 지상파TV사업자군만의 비교심사를 통해 3개 사업권을 주는 방식이다.
나머지 2안은 사업자에 대한 정책적 구분없이 완전 경쟁방식으로 동일한 심사기준에 따라 비교우위에 있는 6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이다.
◇사업자군 구분 비교심사로 기울고 있는 방송위=완전경쟁 비교심사를 실시할 경우 방송경험, 콘텐츠 제작·수급능력, 방송송출 및 제작장비 능력 등에서 월등한 우위를 보이는 지상파TV사업자군이 사업권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비 지상파TV사업자들은 지상파DMB가 신규 서비스라는 취지를 살려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상파TV사업자들도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방송위도 사업자를 구분하는 3 대 3 구도의 군별 비교심사 방식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업자군 구분 비교심사 방식의 문제점=3 대 3 군별 비교심사를 실시할 경우 문제는 사업을 희망하는 5개 지상파TV사업자 중 2개 사업자가 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현재까지는 5개 지상파TV사업자 모두 탈락할 경우를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결과는 분명한 2개 지상파TV사업자의 탈락이다. 탈락한 지상파TV사업자가 군별 비교심사에 대해 행정소송 등 법적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크다.
실제로 한 지상파TV사업자 관계자는 “우리가 떨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실제로 떨어진다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3 대 3 군별 비교심사의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지상파DMB 공청회에서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엄민형 KBS DMB 팀장 등도 지상파TV사업자군과 비 지상파TV사업자군을 구분해 심사하는 법적 규정이 불분명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안은 없나=지상파DMB의 신규 서비스 취지를 살려 비 지상파TV사업자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불가피하다면 방송위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나 내년 2∼3월 안으로 사업자 선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시기적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송위는 이에 대해 법적 문제가 있는지 검토중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밝혔다. 다만 법적 문제가 있다는 최종 검토 결과가 나왔을 경우에는 사업자군의 구분없이 완전경쟁 비교심사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