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저작권 이익보호를 위해 한국정부에 법령개정 등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는 다양한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저작권 관련 전문가들이 최근 한자리에 모인 ‘지적재산권(IPR)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미국은 일시적 복제와 기술적 보호조치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요구사항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특히 이번 회의는 미국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불법복제를 비롯한 각종 저작권 침해행위를 일소하기 위해 지난 10월 4일 조직적 해적행위를 목표로 한 전략(STOP:Strategy Targeting Organized Piracy)을 발효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으로 미국 측이 지재권보호 강화 조치에 대한 전반적인 윤곽을 처음 드러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또 이에 앞서 개최된 한·미연례 통상회의에서 거론된 점들을 상당부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대응방안 마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시적복제와 기술적 보호조치 강화해야=스티븐 텝 미국 저작권청 서기관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저작권법’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개정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저작권 관련 법규를 베른협약, WTO지식재산권협정(TRIPS),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실연 및 음반조약(WPPT) 등 국제적 협약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주문했다.
우선 베른협약과 WPPT에 따라 한국도 일시적 복제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 일시적 복제는 컴퓨터를 이용할 때 프로그램의 일부가 램(RAM)에 저장되거나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을 때 부분적으로 파일이 PC에 저장되는 개념이다. 이미 미국 저작권법 106조에는 이 같은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패스워드, 암호화, 복제방지, 사용기간 종료 시 계약취소 등 기술적 보호조치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일반적인 불법복제를 방지하는 복제통제 외에 접근통제를 규정하는 항목을 관련 법령에 추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텝 서기관은 특히 인터넷을 통한 다자간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스팅작업이나 하이퍼링크, 시스템보호 등 일부 사유를 제외하고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ISP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저작권법 512조에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밖에 디지털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해 WIPO 수준의 보호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지재권보호, 이미 국제적 수준=이 같은 미국 측의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당장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일부는 이미 국내에서 미국 측의 요구를 충족하고 있으며 일부는 논란이 예상돼 수용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일시적 복제의 경우 국내에도 이를 수용하자는 의견이 있으나 이는 저작권자들이 창작물의 권리를 최대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사용자 측면에서는 ‘사적 이용’의 권리를 침해받을 위험이 커진다. 또 디지털콘텐츠와 관련해 WIPO 수준의 국제협약 준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은 강행규정이 아니며 이에 걸맞은 장치를 가지고 있다는 게 한국 측의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IPS사업자의 저작권 침해 책임부분은 ISP사업자의 새로운 시스템 도입비용과 관리비 상승을 유도하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돼 온라인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