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로 즐거운 사람들이 만났다.
1000만 회원을 보유한 싸이월드를 비롯, 네이트닷컴, 네이트온, 땅콩 등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끌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유현오 사장과 일촌 맺기 1순위 연예인으로 손꼽히는 인기 가수 옥주현씨가 바로 그 주인공.
국내 인터넷 포털 업계에서 주목 받는 최고경영자(CEO)와 최근 솔로 2집을 발표하고 TV와 라디오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연예인 옥주현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왠지 어색할 것 같은 만남이지만 싸이월드라는 공통분모로 만나 사이버 공간을 벗어나 일촌 맺기에 나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 미니홈피는 내가 관리한다=공인의 미니홈피라고 해서 기존의 홍보용 홈페이지 정도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두 사람의 홈피에는 사람 냄새가 묻어 난다. 각자의 가족 얘기에서 부터 낮잠 자는 모습 등 지극히 일상적인 삶들이 녹아 있다. 유 사장은 “미니홈피를 이용하는 기본 원칙은 방명록에 답글을 직접 다는 것입니다. 또 게시판에 올라온 제안 사항 등도 실무자가 더 잘아는 사안을 제외하고는 직접 대답합니다. 따라서 직원들 뿐만 아니라 고객들과도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되고 있다”며 자신의 홈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옥주현씨의 미니홈피를 보면 ‘이게 연예인 홈피 맞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박하다. 방문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명 ‘뽀샤시’ 사진으로 도배돼 있을 거란 선입견을 깨는 사진들로 가득하다. 옥주현씨는 “보통 연예인의 홈페이지라고 하면 예쁜 모습만 담아 실제로 방송에서 보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제 미니홈피에는 양치질하는 모습까지, 실생활을 그대로 담고 있어요. 대부분의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지만 친한 친구들의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일부만 비공개로 하고 있다”며 자신의 홈피를 소개했다.
◇공인으로서 어려운 점도 많아요=공인들이 미니홈피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뭐니뭐니 해도 밀려드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유 사장은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사장인 만큼 싸이월드나 회사에 대한 불만을 제 홈피에 쏟아 놓는 경우가 많다”며 “물론 이용자들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창구가 되기도 하지만, 일부 안티성 글은 처리하기 힘들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공인들 중에서도 정치인들은 자신의 미니홈피를 더 알리길 원하고, 연예인들은 사생활 부분은 감추길 원하는 등 요구가 달라 이를 어떻게 미니홈피에 반영해야 할지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주현씨도 “일반인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일촌들까지 덩달아 유명세를 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일촌들이 남긴 글도 비공개로 하는 기능, 댓글을 한꺼번에 지우는 기능, 본인이 확인한 글이 어디까지인지 표시해주는 북마크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요구 사항들을 쏟아냈다.
◇싸이월드 인기 비결은=두 사람은 싸이월드 미니홈피 성공의 비결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사람들의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켜 줬다는 점을 꼽았다. 유 사장은 “이전 인터넷 홈페이지도 개인 미디어로서 기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만드는데 기술이 필요하고, 알리기가 쉽지 않아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미니홈피는 이미지 위주의 감성적인 접근으로 인터넷상에서 관계 형성 및 유지까지 가능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이것이 퍼스널 미디어 네트워킹이라며, 외국인들도 감성코드는 우리와 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현재 일본·중국·미국·동남아 일대에서 제휴 문의가 들어오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적극적으로 알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옥주현씨는 “사실 연예인들은 인터넷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라며 “삭막한 글로 도배되는 인터넷을 보면서 회피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미니홈피는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TV프로그램에 ‘TV는 사랑을 싣고’가 있다면 인터넷에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등학교 3학년 동생이 있는데 외국으로 간 친구와도 연락을 끊지 않고, 인터넷으로 교류하는 것을 보니 건전한 느낌이 들고 좋더라”며 미니홈피 예찬론을 펼쳤다.
◇미니홈피에 바라는 점=두 사람은 현재의 미니홈피가 갑자기 업그레이드 되는 것보다는 현재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변화하기를 바랬다. 옥주현씨는 “사실 현재 보다 더 편한 서비스가 나오면 공인의 입장에서는 사생활이 더 노출돼 힘들 수도 있을거 같다”며 “상업적인 분위기에 물들지 말고, 지금의 ‘가족적인 분위기’가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모바일 싸이월드 이용 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은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유 사장에게 전했다.
유 사장은 “현재의 싸이월드에 여러 가지 기능들을 추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며 “개선 작업은 그 사이트만의 독특한 색깔을 퇴색시키지 않는 선에서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주기 보다는 기본이 되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런 점에서 싸이월드의 가족적인 분위기는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다만 모바일 싸이월드 이용 요금에 대해 유 사장은 “이통사의 통신 요금이 변경돼야 하는 문제라서 쉽지 않은 부분”이라며 “정액제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현재보다는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조만간 요금 부분도 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옥주현씨의 의견을 수렴했다.
조장은 기자@전자신문,je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