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터 닌 지음. 안진환 옮김. 시대의 창 펴냄. 1만6500원
국내 쌀 시장 개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식량안보 및 우리 농업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와 쌀을 비롯한 농업 시장 개방은 세계 무역 체제 안에서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강한 정치력으로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한 나라의 농업 정책을 좌우하고 있는 미국계 곡물 기업을 생생히 분석한 책이 출판돼 관심을 끌고 있다.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는 식량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카길’의 음모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카길은 ADM과 함께 전 세계 곡물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계 곡물 기업이다. 현재 전 세계에 그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 책은 지구촌 여러 나라에서 한 나라 농업을 파괴하면서 이득을 취하며 농업 정책을 좌우하고 있는 카길의 사업 행태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카길이 어떤 방식으로 한 나라의 농업을 파괴하면서 배를 불리고 있는지, 카길이 배를 불리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이 책이 던지는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식량 주권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식량 주권이 얼마나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곡물의 자급 비율은 현재 26.9%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나마 쌀을 빼면 2.7%에 불과하다. 특히 가축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는 99.9%를 수입한다. 한정된 토지에 인구가 많으니 낮은 식량 자급률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바닥으로 떨어진 식량 자급률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