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에디터즈초이스에서 선정한 제품은 우리나라에서는 조금은 낯선 MP3 플레이어 제품이다. 기능일변도의 시장 앞에 ‘기능축소형’ 제품은 시장의 추세를 거꾸로 거슬러 올랐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축소형이란 말 그대로 ‘가장 중요한 한두 가지 기능을 중심으로’ 규모를 재편한 제품을 말한다. 요즘의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 같이 상대의 기능 한두 가지씩은 가지고 있는 어지러운 세상에는 좀 이상해 보일 만도 하다.
하지만 옛말에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던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능 집어넣기 경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지럼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즘 다이렉트 인코딩, OGG 등 어려운 용어만큼이나 (안 어려우신 분들도 물론 많겠지만) 골치 아픈 기능들에 기가 질리신 분들을 위하여 아주 단순한 제품이 탄생한 것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이 제품은 전반적인 MP3 제품들의 소형화, 경량화 추세의 끝에 서 있는 제품이라고 보면 되겠다.
먼저 디자인을 살펴보자.
첫 눈에 쏙 들어오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외관에, 사각형과 원형 등 기본도형 이미지를 사용하여 사용자의 친근감을 접목시켜 독특함을 이끌어내었다는 것이 디자인의 포인트이다.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심플함을 버튼 부분과 측면부 테두리를 도금으로 처리함으로써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해주며, 상면 윈도우에 은은한 펄감을 부여함으로써 세련됨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제품의 디자인은 더 이상 기능으로는 차별화하기 힘든 요즘의 MP3 시장을 고려할 때 많이 고민을 했다는 인상을 갖게 해 준다.
MP3 플레이어로서의 iBOM은 디자인만큼이나 심플 그 자체의 기능을 가졌다. 최근의 여타 제품과는 달리 액정 화면이 없이 조작 버튼을 최대한 간단하게 설계한 것이 특징. 음악 검색이나 볼륨 조절 등은 비프(beep)음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제품의 동작 상태는 램프의 색상으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PC에서 iBOM으로 음악파일을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전용 프로그램도 전혀 필요없고 단지 USB 케이블 하나만 있으면 간단히 해결된다. USB 케이블로 제품과 PC를 서로 연결하면 이동식 디스크로 자동 인식, 곧바로 일반 윈도우 탐색기를 사용하듯 파일을 복사하거나 이동, 삭제가 가능하다. 때문에 iBOM은 MP3 음악의 재생 뿐만 아니라 휴대용 저장장치로서의 역할도 훌륭히 수행한다. 만약 윈도우 98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제공하는 CD를 이용하거나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하여 윈도우 98용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된다.
이 제품의 또 다른 특징 중의 하나가 이어폰 디텍션 기능이다. 이 기능은 내장용 배터리를 사용함에 있어 전원 소모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능으로, 음악을 재생하다가 이어폰이 제거되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진다. 따라서 이어폰이 제품에 꽂혀있지 않으면 음악이 재생되지 않는다.
이 제품을 접해본 사람들은 여타 MP3 플레이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들을 추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디지털 컨버전스 라는 개념이 근래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적용되어 있듯이, 이 제품에도 여러가지 부가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iBOM은 그 본질에 그야말로 충실한 제품이며, 시각적인 즐거움과 동시에 소리를 전달하는 감성적인 디지털 제품임이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