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차세대 통신장비시장이 중국 화웨이에 의해 뚫렸다.
화웨이가 정식 시험평가테스트(BMT)를 거쳐 KT에 차세대 광네트워크 핵심 백본장비인 다중서비스지원플랫폼(MSPP)을 공급, 국내 통신장비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http://www.huawei.com)는 시스코와 함께 KT의 ‘멀티서비스 통합전달망 시범사업(2.5G/10G MSPP)’용 MSPP의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화웨이가 서울 일부지역의 시분할다중화(TDM) 광전송장비를 공급한 적은 있지만 차세대 광전송장비의 핵심장비 공급업체로 선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번 프로젝트의 BMT에는 화웨이뿐만 아니라 얼마전 CDMA 기술유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중국계 미국회사인 유티스타컴도 참가했다. 유티스타컴은 최종 장비 공급자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BMT까지 오르는 등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미국·유럽 간판 글로벌 통신장비업체들이 주도해 온 국내 핵심 백본 통신장비 시장에 중국업체들의 진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화웨이는 특히 다국적기업의 OEM 장비 공급을 통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국내 시장 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17일 한국쓰리콤이 발표한 세계 최대 용량의 테라급 핵심 ‘스위치 8800’을 자사의 제품으로 선보였다. 이 제품은 중국에 설립한 스리콤·화웨이의 합작회사가 개발·생산한 것으로 화웨이는 이 회사의 지분 51%를 갖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중국 회사들이 낮은 생산단가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의 경계 대상이 아니라,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가격과 기술 모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로 우려감을 내비쳤다.
중국업체들은 앞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마케팅활동을 강화함은 물론 국내 통신솔루션 업체들과 협력해 우리나라 통신시장을 공략할 예정이어서 향후 국내 업체와 대대적인 시장 확보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가입자망 장비분야에 진출할 경우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중소 통신업체들의 큰 타격이 우려된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9월 열렸던 부산ITU텔레콤 아시아 2004에서 화웨이·ZTE 등 중국업체들이 출품한 MPLS·DWDM·IPv6 지원 라우터 등을 보고 그들의 저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며 “이미 세계 통신장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중국업체들의 한국 시장 득세도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