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이 안정된 전자서명 정책을 추진하며 아시아 공개키기반구조(PKI) 종주국인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50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공인인증제도 시행 6개월여 만에 3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유료화 분야에서는 한국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 유료화는 PKI 관련 산업의 발전과 서비스 확산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공인인증 유료화제도의 정착을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아시아 종주국 자리를 넘겨주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PKI포럼(의장 이홍섭)이 18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국제 PKI콘퍼런스’에서 중국과 일본 전자정부 관계자는 국가별 ‘전자정부서비스의 PKI 및 인증기술 적용사례’를 발표했다.
중국PKI포럼 대표로 나온 닝 지아준 박사는 그동안 한 번도 공식 집계를 공개하지 않은 중국의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에는 현재 총 80개의 인증기관(CA)이 설립 운영되고 있다. 사용자는 500만명에 이르며 이들 사용자 모두가 유료 가입자라는 점에서 충격을 던져줬다.
중국은 골든무역사업을 통해 200만장의 인증서를 발급, 인증서 기반의 전자무역을 활성화하고 있다. 또 중국 최대 연구단지인 하이디안 과학공원과 세금·재정·사회보험에 인증서를 도입해 전자 정부 구축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올 4월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공적개인인증서’ 발급을 시작, 3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공적개인인증서는 스마트카드 형태로 발행돼, 온라인으로 발행되는 우리와 달리 보안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일본은 무료로 발급했던 우리나라와 달리 인증서 장당 3년 기한에 약 5달러의 비용을 부과해 처음부터 유료화를 정착시켰다. 인증서가 담긴 스마트카드 역시 10년 기한에 5달러로 발급된다.
일본PKI포럼을 대표해 발표한 고다 도시부미 후지쯔 연구소 박사는 “아직 공적개인인증서의 사용용도가 제한적이지만 55개 지방 자치단체에서 LGPKI(Local GPKI)를 구축, 국민에게 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모두 갖춘 후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의미가 있다”며 “일본 정부가 의료서비스·식품·노동 등 300여개 e재팬 프로그램을 제공해 사용자층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9년 전자서명법이 제정된 이래 6개 공인인증기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약 936만장의 인증서를 발급했다. 하지만 유료화 정책 파행운행과 일부 기관의 독점 상황으로 5년간 공인인증서를 발급해온 몇몇 공인인증기관이 100억원대 누적적자에 시달리면서 경영 악화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전자서명을 이용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및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PKI산업이 침체기에 놓여 있다.
이홍섭 한국PKI포럼 의장은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최대 인증서 발행 국가지만 뒤늦은 유료화 정책과 일부 공인인증기관의 독점 현상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처음부터 유료화 기반 아래 안정적인 발급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