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보안시장을 놓고 주도권 경쟁이 한창이다.
지난해 슬래머 웜에 의해 전국의 인터넷이 마비되는 1.25대란을 겪은 이후 웜, 바이러스 등의 유해 트래픽을 차단하는 보안 문제가 기업마다 자산 보호를 위한 최우선 투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시장이 단순 데이터 연결을 위한 인프라 시대를 지나 네트워크에 가치를 부여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가치 중의 최고는 물론 보안이다.
각종 바이러스·웜 등 늘어나는 유해 트래픽은 네트워크를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사업 연속성을 중단시킬 우려가 있다. 이제 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미 네트워크에서 보안은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됐다. 네트워크 업체로서는 특히 장기간 시장 침체에서 벗어날 새로운 기회로 떠올랐다.
그동안 시큐리티 임베디드 스위치 등을 앞세워 보안시장을 두드리던 네트워크 업체들은 저마다 새로운 네트워크 보안전략과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네트워크 업계의 맹주인 시스코는 물론 ‘네트워크 토털 보안’을 발표한 스리콤, ‘시큐어 네트웍스’를 주창하고 나선 엔터라시스 등 제각각 토털 보안 개념을 들고 시장을 공략했다. 하이엔드 시장에서 맹위를 떨친 주니퍼네트웍스는 보안 전문업체인 넷스크린을 인수, 네트워크 보안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또 라드웨어, 파이오링크, 파운드리, F5네트웍스, 넷스케일러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전문 네트워크 기업들의 공략도 만만치 않다.
알테온을 인수함으로써 L4스위치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노텔을 비롯해 라드웨어, 파이오링크, F5네트웍스, 넷스케일러 등은 스위칭 기술을 기반으로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보안기술을 선보였다.
네트워크 전반에 보안 이슈가 맞물리면서 네트워크를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들이 ‘최적의 네트워크 보안’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이 업체들의 주장이다.
네트워크 업체들은 네트워크 인프라에 보안기능을 접목하는 토털 네트워크 보안을 지향하고 있다. 차세대 네트워크 보안시장을 향한 패권 경쟁도 한층 뜨겁다.
보안과 네트워크 간 영역이 허물어지면서 네트워크 기업들은 동종업체 간 경쟁을 넘어, 보안 전문회사들과도 통합 네트워크 보안시장을 놓고 치열한 싸움까지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시스코, 노텔, 엔터라시스 등의 네트워크 업계에서는 보안을 네트워크와 접목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큐리티 임베디드 스위치, 보안 모듈 등을 속속 출시하는 데 대응해 보안업계도 방화벽, VPN, IDS, 바이러스월, 스팸 차단 등 산재한 보안 기능을 하나로 통합, 한 장비 안에서 구현한 제품을 속속 선보였다.
이미 네트워크 영역의 L7스위치와 보안 영역의 침입방지시스템(IPS)은 개념조차 혼동될 정도로 혼재돼 사용된다.
보안업계 관계자들은 “네트워크 장비에 보안 필터링 기능을 얹은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이 등장했지만 이런 혼합 형태의 솔루션은 가격이나 편리성 면에서 이점이 있으나 한계가 있고 보안장비 측면에서 완벽한 기능을 제공하지 못한다”며 “순수 보안기능을 제안하는 전문보안 솔루션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지만 성능 면에서 혼합 형태의 보안 솔루션에 비해 우수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네트워크 업계 관계자들은 “‘올인원(All in one) 보안제품’은 개별적으로 보안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관리가 용이한 장점이 있지만 보안 솔루션 전체가 필요하지 않거나 일부 솔루션 기능이 떨어질 경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중소기업의 경우 ‘올인원 보안제품’이 경쟁력을 지녔지만 중견기업 이상에선 전문보안 장비를 통한 이중, 삼중의 보안이 필요하며 네트워크 가용성과 서비스 중단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 구성과 컨설팅에 어려움이 있다”며 “네트워크 전체에 대한 지식을 보유하지 못한 보안장비 업체에서 네트워크 구성 및 컨설팅을 병행해 보안을 구축하기도 어렵다”고 맞섰다.
이처럼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결국 기업 규모 면에서 월등한 네트워크 업체들이 네트워크 보안시장을 석권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속단은 아직 이르다. 확실한 것은 바야흐로 통합 보안시장을 놓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네트워크 장비업체 간, 네트워크 업체와 보안업체 간 ‘빅뱅’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