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스로포이에틴(EPO)이란 신약이 있다.
혈액의 생성을 돕는 이 약품의 가격은 1g에 무려 67만달러나 한다. 다이아몬드보다도 비싸다. 다른 신약의 값도 EPO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약이 이처럼 비싼 것은 길고 복잡한 개발과정 때문이다. 제약회사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은 말할 것도 없고 인위적으로 수백만 종류의 화합물을 확보한다. 그런 다음 특정한 질병에 약효가 있는지 없는지 일일이 테스트를 해 약효가 있는 물질을 찾아낸다. 그리고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독성실험(전임상)’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등을 거쳐, 사람에게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평균 14.2년의 기간과 8억달러의 비용이 든다. 14년 동안 수익을 내지 않고도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거대자본 즉 화이자, GSK, 머크 등 다국적 제약 회사들이 시장을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80년대 이후, 유전자와 단백질의 구조, 그리고 휴먼 게놈에 대한 프로젝트가 급진전하면서 신약 시장에 새로운 주인공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DNA 재조합이나 유전자 조작 등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바이오 신약이 그 주인공들이다. 지난 85년에 제넨텍이 내놓은 성장호르몬제, 암젠이 개발한 에리스로포이에틴(EPO), 적혈구 생성을 돕는 이포젠 등이 대표적이다.
매년 급성장하는 바이오 신약 시장 역시 기업들을 유혹한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경 바이오 시장 규모는 3400억달러(약 442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대부분을 바이오 신약이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