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5시]임·진록이 남긴 과제

지난 금요일 많은 e스포츠팬들의 시선은 한 경기에 모아졌다. 스타크래프트리그의 대중화를 이끈 두 기수라고 할 수 있는 임요환과 홍진호, 두 선수가 오랜만에 ‘온게임넷 스타리그’ 준결승전에서 맞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5전3승전로 벌어진 이날 경기는 임요환이 30분도 안돼 3대 0으로 이기면서 싱겁게 끝을 맺었다.

경기 초반 임요환이 마린 2기와 SCV 5기를 끌고가 상대를 공격하는 치즈벙커링 러시로 3판 모두 가볍게 이긴 것. 경기가 끝나자 인터넷의 각종 게시판에는 맥없이 끝난 이날 경기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사상 최악의 경기라는 악평에서부터 임요환이 실력 보다는 편법을 이용해 이겼다는 비난까지 한마디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승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 프로 선수의 본분인 이상 임요환의 이날 전략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상대가 막을 수 없는 필살기를 찾았는 데도 이를 쓰지 않을 프로 선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e스포츠의 앞날이다. 그동안 e스포츠계에서는 맵에 따른 종족 불평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날 경기도 세 시합 모두 공교롭게 테란과 저그의 진영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 놓이면서 홍진호는 이렇다할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했다. 허무하게 패한 홍진호가 상처받은 문제는 두번째 얘기다.

예선도 아닌 이같은 중요한 시합에서 싱거운 내용이 거듭된다면 e스포츠 경기를 긴장감 속에 지켜볼 팬들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블리자드가 종족 균형을 맞추기 위해 패치를 내놓을 것이라 기대하기도 힘들다. 그때문에 이번 경기는 e스포츠를 주관하는 주최측에 많은 과제를 던졌다고 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된 이후 종족 간 불균형 문제는 수없이 제기돼왔다. 그때마다 프로 선수의 노력으로 필살기를 이겨낼 새로운 전략이 나오면서 위기를 타개했다. 이번 문제도 저그 유저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낸다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에앞서 e스포츠를 보다 재미있고 즐거운 경기로 만들기 위한 방송사들의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 프로 선수들이 제기량을 발휘하며 긴장감 넘치는 시합을 펼칠 수 있는 맵을 마련하는 데 보다 많은 투자와 신경을 쏟아야 할 것이다.

 맵에 따라 프로 선수들의 성적이 출렁이고 싱거운 시합이 반복된다면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미래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