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무료 전화 게임들` 연착륙 성공할까?

“유저를 잡기위한 불가피한 선택인가, 환경 변화로 인한 새로운 수익모델의 출현인가.’

 캐주얼게임에 이어 월 정액제를 포기하고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는 MMORPG가 잇따르고 있다. ‘RF온라인’(CCR) ‘WOW’(블리자드) ‘길드워’(엔씨소프트) ‘라스트 카오스’(나코인터랙티브) ‘아크로드’(NHN) 등 제작비만도 무려 100억 안팍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대작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상황에 유저 이탈을 막을 방도는 ‘무료카드’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무료로 전환한 게임들이 최근 동접 회복 등 회생 조짐이 뚜렷해지자 온라인게임업계의 무료화 선언이 점차 대세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무협 온라인게임의 대표작 씨알스페이스의 ‘디오온라인’. 상반기 오픈베타테스트 피크 때 만해도 동접 3만명에 이르며 무협게임 전성기를 주도했던 이 게임은 지난 7월 상용화(정액제) 이후 쓴맛을 톡톡히 봐야만 했다. 상용 서비스 전환 이후 유저들이 대거 이탈해 동접 3000∼4000명의 평범한 게임으로 전락하고 만 것. 결국 개발사측은 상용화 4개월만인 지난 2일 ‘평생 무료화’라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이후부터 동접수가 급증하기 시작해 조기에 동접이 1만명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회원 수도 하루 3000명씩 증가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블록버스트급 대작 MMORPG가 잇따라 출현하면서 MMORPG 업계는 전면 무료화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일부 캐주얼게임들이 누구나 무료로 게임을 즐기되 아이템판매 등 부분 유료화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도 자극을 주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오픈 베타서비스 중인 게임들도 마찬가지. 기획 당시엔 정액제를 고려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상용화 단계에서 정액제를 포기하고 무료를 선언하는 게임이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업계의 무료화 선언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 무료전환은 불가피한 ‘선택’

 게임포털 엠게임이 서비스중인 ‘루넨시아’. 이 게임은 무료 선언과 게임머니 및 경험치 재분배 등의 이벤트를 동시 진행한 것이 주효해 현재 동접 2만명을 상회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빛소프트가 퍼블리싱하는 ‘위드2FC’ 역시 무료 서비스 이후 동접수가 2.5배 증가한 8000명대를 기록하고 있고, 일일 평균 신규 가입자수가 5000명대로 증가했다. 조이임팩트가 개발한 ‘위드’는 원래 정액제였으나 2탄격인 ‘위드2FC’는 시대적 상황에 맞게 무료 전환을 통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호러 MMORPG의 선두 주자 소프톤엔터테인먼트의 ‘다크에덴’. 역시 2002년 전면 유료화를 시행했다가 동접이 급감하자 곧바로 무료화를 선언하고 프리미엄 서비스로 돌렸다. 덕분에 다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처럼 부분 유료화로 수익모델을 변경한 게임은 원조격인 태울의 ‘영웅문’을 시작으로 현재 ‘포레스티아’ ‘코룸온라인’ ‘드로이얀’ ‘무혼’ 등 십여개에 달한다.

 현재까지 무료 전환 게임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무료 전환 후 동접, 신규 회원, 매출 등이 모두 되살아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리다매식 사업 형태로 정액제에 비해선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외형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유저수가 늘어나자 해외 진출시 수출 가격이 올라가는 등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액제 실시 이후 떠났던 유저들도 무료 전환 후 다시 U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상당수 게임들이 무료 전환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게임업체들이 다양한 무료 캐쥬얼게임의 등장과 블록버스터 대작게임의 등장 등의 영향으로 부득불 무료 전환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해석했다.

 

 # 처음부터 무료로 승부수

 현재 많은 온라인게임업체들은 ‘더 이상 정액제로는 승산이 희박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캐주얼게임 처럼 상용화 단계에서 바로 무료로 직행하는 MMORPG가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 정치·경제 RPG를 표방하는 조이온의 ‘거상’과 인티즌의 ‘군주’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최근엔 CJ인터넷이 퍼블리싱하고 아이닉스소프트가 개발한 MMORPG ‘칼 온라인’이 정식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바로 전면 무료화를 선언했다. 회사측은 “(무료화)결정에 앞서 고민이 많았지만, 유저 이탈을 막기 위해선 불가피했다”고 토로했다.

 한빛소프트의 첫 자체 개발 대작게임 ‘탄트라’의 경우 리모델링을 거쳐 ‘탄트라 V2’로 거듭나면서 즉각 무료화를 선언하고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처럼 상용화 단계서 부분 유료화로 수익 모델을 잡은 MMORPG는 ‘거상’ 외에도 ‘메이플 스토리’ ‘군주’ ‘나이트 온라인’ ‘카르페디엠’ ‘라키아’ ‘란온라인’ ‘스톤에이지’ ‘킨온라인’ ‘이터널시티’ ‘프리프’ 등 10여종에 달한다. 심지어 유료화 정책까지 다 발표하고도 유저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료로 노선을 바꾸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정액제 실시 후 시행착오를 거쳐 무료화로 돌리느니 아예 처음부터 무료화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낫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무엇보다 최근 차등 정액제로 상용화한 CCR의 ‘RF온라인’ 영향이 크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80억원 이라는 거대 자본을 투입하며 2004년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RF온라인’이 9900원이라는 초저가 정책을 들고 나오자 다른 게임들이 정액제로는 설 자리를 잃었다고 판단한 것. 그러나 사실 ‘RF온라인’도 초기엔 일일 이용시간에 따른 4가지 요금제를 실시하려 했다가 ‘너무 비싸다’는 유저들의 격렬한 반대로 인해 대폭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하며 후퇴했던 ‘안좋은 추억’이 있다.

 # 무료화는 ‘절반의 성공’일 뿐

 일단 무료화는 오픈 베타 유저들의 이탈 방지 효과가 크고 신규 유저들의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점에서 MMORPG업계의 ‘최선책’은 아니더라도 ‘차선책’이 되기엔 충분하다는 평가다. 비록 동접 증가율 만큼 매출 증가율이 뒤를 받쳐주지는 못하지만, 무료 전환 후 10∼20% 이상의 매출 확대효과가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안정적인 동접 수를 기록함에 따라 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을 늘려줌으로써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동원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몰입성과 중독성이 유독 강한 하드코어류 대표주자 MMORPG는 대부분 기획단계에서 정액제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기 때문에 이처럼 외부 환경에 밀려 부분 유료화로 돌아서는 것 자체가 향후 적지않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무료로 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진행하는 유저들이 급격히 늘어난다면 이에따른 서비스, 서버 안정화와 관리, 추가 등 부대 비용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한 퍼블리셔의 관계자는 “부분 유료화가 어느정도 매출기여도는 있으나, 기존 정액제 상용화보다 이윤이나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 단계에서 무료 전환 시 수익 모델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갑작스런 무료전환 후 무리하게 수익모델을 창출할 경우 게임 고유의 특성을 잃어버려 충성도 높은 유저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 무료 전환 게임의 경우 충성도가 강한 고레벨 유저들이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져 점차 흥미를 잃고 그 게임을 떠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정통 MMORPG마니아 K씨(38)는 “유저들의 유료 결제를 유도해낼 수 있는 수익모델이 없이 무료로 전환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돼 결국 게임 서비스 자체를 그만두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분 유료화는 캐주얼게임에 이어 MMORPG시장에서도 새로운 수익모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현재로선 절반의 성공에 머무르고 있으며, 업계의 유력한 대안으로 보기엔 여전히 2%가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무료 전환 후 부분유료화 모델이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여전히 미지수란 얘기.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부분유료화는 현 국내 MMORPG 환경상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불특정 다수의 유저를 흡입할 수 있는 캐주얼게임에 비해 RPG는 대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분 유료화는 결국 시장의 파이를 줄여 대박 가능성을 낮춤으로써 또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