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업체들의 유력한 차기 수익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는 부분 유료화 방식은 많은 수익보다 현상 유지에 그치는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분 유료화는 온라인 게임의 유저에게 플레이 시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게임상에서 얻어지는 각종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게임들은 판매 아이템의 가격을 몇 백원부터 몇 천원까지 다양하게 책정하고 있으며 최대한 유저가 부담없는 수준에 맞추고 있다. 현금으로 판매되는 아이템들은 게임 플레이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캐릭터 치장의 과시용으로 제격이며 공성전이나 전투시 필요한 경우는 종종 있다. 따라서 정액제보다 매출이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한빛소프트의 ‘위드’는 한때 정상적인 게임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유저가 외면했지만 부분 유료화 방식으로 지난 달 매출만 2억3000만원을 기록하며 부활했고 씨알스페이스의 ‘디오’도 유료 시점에서 빠져나간 유저들이 다시 돌아와 동시접속자수 만명을 넘어섰다.
한 업체 관계자는 “부분 유료화 모델은 동시접속자수 4000명에 약 1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온라인 게임의 서버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최소한 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겨우 현상 유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분 유료화는 절대 대박을 꿈꾸지 못하며 현상 유지비만 간신히 건져 올리는 수준”이라며 “수익 모델의 대안으로 고려하기에는 역부족인 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온라인 업체들은 게임 기획단계부터 아이템 판매 방식의 부분 유료화 모델을 선호하며 적용시키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RF 온라인’이 저가 정책을 실시하면서 발생한 엄청난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캐주얼 게임처럼 플레이에 지장없는 아이템 판매가 가장 낫다는 것이다.
H사의 모 대표는 “중국, 대만, 일본 등을 겨냥한 대형 차기작도 정액제보다 부분 유료화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며 “정액제는 위험 부담이 크고 유저들이 너무 쉽게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어 아이템 판매 방식이 훨씬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제작비와 현상 유지비를 모두 고려하면 물론 마이너스지만 현상 유지가 되는 것만으로도 (현 상황에서는) 괜찮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부분 유료화 방식의 수익 모델은 업체들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숨통을 뚫어주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뚜렷한 대안이 없는 한 국내 온라인 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금 체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최근 온라인 게임 업체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부분 유료화로 베타족의 발길을 잡아두는 데 성공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액제의 대체 모델 뿐만 아니라 동시접속자수를 늘리는 효자 노릇까지 하고 있다는 소리다.
국내 온라인 게임은 오픈 베타 테스트 기간을 장시간에 걸쳐 진행하기 때문에 베타족이라는 신생어를 낳았다. 베타족이란, 오픈 베타 테스트(무료)를 실시하는 온라인 게임만 골라 게임을 즐기다가 막상 상용화에 돌입하면 다른 온라인 게임으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유저들을 지칭한다. 많은 업체들이 베타족을 초기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했으나 유료화 시점에서 대거 빠져나가기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그런데 부분 유료화를 실시하면서 베타족들이 다른 게임으로 옮기지 않고 눌러 앉고 있으며 떠난 유저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빛소프트의 김은탁 마케팅팀장은 “온라인 게임은 원활한 커뮤니티를 위해 어느 선 이상의 동시접속자수가 유지돼야 하는데 상용 서비스에 돌입하면 이 선이 무너진다”며 “베타족의 이탈을 막고 다시 끌어 들이는 역할로 부분 유료화 정책은 매우 효과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위드’의 경우, 2003년 5월부터 정액제를 실시했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부분 유료화 방식을 도입해 한때 몇 천명 수준의 동시접속자수를 최근 만2000명까지 늘렸다. 이는 ‘위드’ 뿐만 아니라 ‘디오’, ‘나이트 온라인’, ‘칼 온라인’, ‘루넨시아’ 등 많은 온라인 게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한 관계자는 “베타족은 업체에게 부담만 가중시키는 존재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이들을 붙잡는 방법으로 다양한 요금제가 도입되고 있으며 부분 유료화는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 중의 하나로 업체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