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티를 일약 메이저급 게임업체로 올려놓은 것은 2004년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이하 라그)’ 덕분이다. ‘라그’는 2002년 8월 한국에서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실시한 지 2년여 만에 세계 21개국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라비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일으키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국가에서 가장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온라인게임이 ‘라그’라는 데 이견을 달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라그’가 최초로 해외에 진출했던 2002년 세계 게임 시장의 흐름은 콘솔 게임이 대세였다. 당시 세계 게임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은 아직 낯선 개념이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기본 환경인 초고속 인터넷 환경 조차 초기 단계였던 만큼 온라인 게임의 성공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 보였다.
# 좋은 파트너와 과감한 해외투자 주효
‘라그’는 게임 초기 기획 단계에서 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 개발 초기 부터 CEO가 직접 해외 시장 조사를 하면서 사업 초기 기반을 수립하는데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에서 상용화 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 해외 시장 조사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것은 당시로선 모험에 가까웠다. 더구나 해외 진출 시장이 인터넷과 컴퓨터 보급률이 좋지 못한 동남아 지역이었던 만큼 막대한 초기 비용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은 분명 상당했을 것이다.
그런만큼 해외 진출에 있어 파트너 선정이 가장 중요했다. 그라비티는 이에따라 파트너의 현지 게임 시장 분석과 신뢰도에 중점을 두고 선정에 신중을 기했다. 이와 함께 과감한 초기 투자와 전문 기술 지원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각 나라마다 특성에 맞는 현지화 작업이 필요했기에 해외 파트너는 마케팅과 홍보에만 전념하고 그라비티는 기술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기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파트너와 탄탄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 계속적인 성공사례를 통해 다른 해외 지역으로의 진출 또한 원활하게 됐다. 이러한 공격적인 해외 사전 투자와 전문 인력 파견을 통한 기술 지원은 ‘라그’ 성공의 원동력으로 풀이된다.
#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마케팅 프로모션
그라비티는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1차적으로는 그 나라의 언어로 게임을 서비스해 현지 유저들에게 친근감을 주었다. 이후 각 나라마다 다른 자연 환경, 국민성, 문화 등을 게임 개발에 반영하면서 마케팅 프로모션에 이를 적극 활용했다. 실제 중국의 경우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화교권 슈퍼 스타 가수인 ‘손연자’를 모델로 선정해 게임 내 퀘스트에 반영하고 다양한 마케팅 프로모션 행사를 함으로써 단 시일 내에 중국에서 ‘라그’ 인지도 상승을 이끌어낸 것이다.
국내에서도 2003년 최고 유행 아이콘인 ‘이효리’를 모델로 기용했으며 필리핀에서는 최근 필리핀 인기 아이돌 그룹을 이용해 ‘라그’ 애니메이션 OST를 제작 하는 등 각 나라마다 현지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 전략과 프로모션을 도입했다. 특히 해외 유저들을 위한 현지화 마케팅의 일환으로 각국 문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맵을 제작했다. 게임 내에서 자국의 문화와 자연 환경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은 현지 유저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유저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 같은 대형 이벤트 프로모션 또한 큰 몫을 했다. 일본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개최되던 ‘라그 페스티벌’은 올해 7월 전세계 21 개국의 대규모 선수단이 참여한 ‘2004 라그나로크 월드 챔피언십’으로 확대됐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이러한 세계적 규모의 행사 개최가 가능했던 것은 진출 국가에서 이미 확고한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이같은 전략과 마케팅으로 ‘라그’는 현재 게임 선진국은 물론 인도, 브라질, 유럽 등 온라인 게임 불모지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초기 시장에 대한 선견 지명과 철저한 글로벌 로컬 라이제이션 전략이 있었기에 ‘라그 신화’가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원대로 KTB네트워크 벤처캐피털리스트 drwon@kt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