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송병준 게임빌 사장

고민 많던 송병준 사장이 드디어 칼을 들었다. ‘게임빌 식구들이여, 진군 앞으로’를 외치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선진 모바일 게임 시장처럼 이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도 대세는 브랜드이며, 게임빌이 앞장서 ‘브랜드 게임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뜻과 의지가 보인다.

급성장 기류를 탓던 모바일 게임은 어느덧 시장 정체라는 벽에 부딪혀 모든 CEO들은 비용절감에 구조조정 등 나름의 해법 찾기에 여념이 없다. 송 사장의 돌파구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투자를 늘려 미래를 대비해가는 강공법이다.

# 모바일 게임 브랜드화 선도

올 들어,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요즈음 게임빌은 e스포츠 스폰서, 방송 CF, 온·오프라인 이벤트 등 전 마케팅 영역을 망라해 광범위하고 치밀한 브랜드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 게임에 가장 어울리는 효과적인 마케팅 툴과 방법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온 오프라인 다양한 마케팅 채널을 검증해왔고 또 시도해봤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찾아가는 과정의 하나입니다.”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게임빌의 최근 공격적 마케팅을 두고 송 사장은 “그동안 해온 모바일 게임에 가장 잘 맞는 마케팅 방안 찾기의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 시장 확대를 위해 진행해 온 게임빌의 다양한 활동 중 하나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뜻이다. 게임을 새로 출시할 때마다 오프라인 길거리 이벤트, 자체 프로모션, 동대문이나 테크노마트에서 심지어 해운대까지 달려가 벌인 판촉 활동 등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또 드러나지 않았지만 웹사이트 전면 개편 및 모바일커뮤니티 운영 등 모바일 게임 마니아와 게임 유저를 위한 내부 활동도 그 일환으로 소개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리그 스폰서 참여는 새로운 영역으로 마케팅 활동 범위를 넓히는 차원입니다. 엄청난 비용을 쓰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적잖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비용 대비 나름대로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예의 그 스타일대로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 모바일 게임사 구멍 가게 아니다

스타리그 본선 무대가 아닌 마이너 리그이기는 해도 챌린지리그 메인 스폰서 참여는 쉽게 결정한 사안은 아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장이 얼마나 커졌다고 벌써 방송 PR이냐”는 일부 얘기처럼 성급하거나 분에 넘치는 행동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스타리그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과 사내 임직원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스폰서 참여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송 사장의 속내는 모바일 게임에 브랜드 역량을 높여야할 시기가 왔다는 점을 대내외에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이동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등 주로 대기업이 자사 브랜드 강화를 목적으로 참여해 온 e스포츠 스폰서에 그동안 구멍가게로 취급됐던 모바일 게임사도 당당히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은 게임빌!’이라는 카피와 함께 방송되는 이번 챌린지 리그 스폰서십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스타리그 본선으로 가는 과정인 듀얼토너먼트로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그 방송 사이사이에 ‘물가에 돌 튕기기’, ‘2005 프로야구’ 등 게임빌의 인기 모바일 게임을 노출시켜 브랜드 마케팅과 실질적인 게임 판촉을 연계해 나가고 있다.

“모바일 게임 유저를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의미있는 결과를 하나 얻었죠. 과거에 비해 유저들이 개발사 이름을 보고 게임을 선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예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게임빌에 대한 기대는 바로 게임빌 게임에 대한 기대다. 온라인 게임에서 확보한 넥슨의 이미지처럼 모바일 게임에서 게임빌 브랜드를 키워보자 이겁니다.”

#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하자

물론 브랜드만 키운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곧바로 송 사장은 “기본적으로 내부 노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 게임빌의 내부 노력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과감하고 활발했다.

게임 기획부터 자체에서 마련한 기본 QA 단계를 통과해야 개발에 착수한다. 아이디어만 좋다고 즉각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 상품성과 게임성, 재미 요소까지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

내부 진통 속에 웹사이트를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 것 역시 뼈를 깎는 내부 노력의 한 사례다. 지난 2000년 게임빌 설립 초창기부터 시작해온 온라인 게임포털 사업을 지난해 말 완전히 접었고, 최근 사이트까지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전환했다. 온라인 사업 인력은 모바일 대작 RPG 게임 개발에 투입됐다.

30살의 젊은 CEO 송사장에게는 커다란 시련이었다. 당초 온라인 중심에서 후퇴해 전문 모바일 게임 개발사를 표방한 후에도 지난해까지 온라인 사업 부문이 차지해온 비중은 40% 가까이나 됐다. “안타깝지만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고 설득했습니다. 가슴이 아팠죠. 창업 때 느꼈던 어려움 이후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송 사장이 자랑하는, 월 5000부씩 발행하는 게임빌 사보 ‘폰으로 즐기는 게임세상’ 역시 직접 돈이 되는 분야가 아닌 투자 개념의 내부 노력이다. 발행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게임빌 게임은 물론 전체 모바일 시장을 위한 목적이다. 직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항상 다양한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 대외적으로 게임빌의 역량을 과시하며 내부 결속까지 다져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 초부터 모집해 운영 중인 게임빌 마니아 일명 ‘께매’는 어느 모바일 게임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활동이다. 120여명의 께매는 게임빌 게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물론 모바일 게임 저변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송 사장이 칭찬을 아끼지 않은 분야는 바로 사보 발행과 께매 활동이었다. “고맙죠.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니까요.”

# 사장보다는 형 동생처럼

게임빌에는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무엇을 하든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분위기가 강하다. 새로운 비즈니즈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런걸 뭘 하러 해’가 아닌 ‘그래, 어디 한번 해볼까’다.

리더 송 사장의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직원들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합니다. 끊임없이 개선해나가려는 노력은 저뿐 아니라 임직원 모두의 생각이고요. 글쎄요. 제가 인복이 있어 적극적인 일군들을 잘 만난 것 아닌가요.”

송 사장은 얼핏 CEO로서 뚜렷한 개성이 없어보인다. 과감한 밀어붙이기 스타일도 아니고 치밀한 계획 아래 한발 한발 나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한껏 풀어주면서 능력껏 일하라고 맡기는 덕장 스타일이다. 하지만 자율에는 분명 책임이 따르고, 어느 기업이든 아무리 부담없는 사장이라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기 마련이다.

송 사장이 다른 점은 말과 행동에서 사장이라는 느낌보다는 같이 일하는 동료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는 것이다. 이는 송사장 뿐 아니라 팀장급 이상이 대부분 평사원과 형 동생 하며 지낸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게임빌의 원뜻인 게임빌리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조직 문화가 게임빌에 있다.

“어떤 특별한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럴 필요도 못느끼고요. 그때 그때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선해가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자신있게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그런 조직을 자연스럽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죠. 사실 스타리그 스폰서 참여도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한 일환입니다.”

#세계적인 모바일 게임 브랜드 ‘게임빌’ 만들터

송 사장은 올해를 모바일 게임 업계의 B2C마케팅 원년이라 여기고 있다.

사실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이동통신사 공략에 주력했고 올들어 제대로 된 대 소비자 마케팅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리그 마케팅에 이어 여러 관련 업계 및 업체와 제휴 마케팅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특히 해외 시장 개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게임빌 브랜드를 국내는 물론 세계에 알리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캠퍼스 창업 동아리로 시작해 국내 최고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로 성장했고 이제는 모바일 게임 하나로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송병준 사장과 게임빌. 지금 보이는 열정과 분위기라면 세계 최고 브랜드를 가진 모바일 게임 개발사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세계 최고의 모바일 게임사는 더 이상 꿈만은 아닙니다. 우리 스포츠 게임이 이미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처럼 가능성이 보입니다. 배워야 할 부문이 여전히 많지만 외부로 나가 개척해야할 시장 역시 넓습니다.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을 통해 세계로 나가겠습니다.” 

1998년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졸업

1998년 서울대 창업동아리 벤처 초대 회장

200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전기공학 수료

2002년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

2000∼게임빌 대표이사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