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칼럼]투자 유치의 ABC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돈 되는 사업을 위해 투자 유치에 전력을 쏟아 붇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원활한 투자는 이상적인 기업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그 ‘투자’에도 반드시 룰이 적용되어야 한다. 무분별한 투자를 받게 되면 결국은 그 투자 자체에 발목을 잡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받고, 완전하게 돌려주는 일. 이것이 바로 투자의 약속이니까.

필자는 지금까지 몇 차례 투자 유치를 하는 동안 단 한번도 당당하지 않은 적이 없다. 오히려 ‘왜 저렇게 콧대가 높을까’하는 반응을 접해야 할 때가 더 많았다. 필자는 그 무엇보다, 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애썼다. 돈이라면 다 좋다는 식의 초조 불안 심리 같은 것은 투자 유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아쉽지만 아쉽게 보이지 않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나 할까.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 보는 눈은 기본이다. 내가 원하는 것과 그들이 희망하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야 당당하게 설득할 수 있다. 더구나 상대는 투자 받으려는 쪽의 약점을 파헤치려는 습성을 갖고 있으므로 시시각각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준비를 갖춰두는 것이 좋다. 왜 투자를 해야만 하는지 비전을 제시하고 그들이 원하는 과녁을 쏘게 되면 성공적인 투자유치는 시간 문제다.

영악해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투자유치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똑똑해 보이려고 하다가 오히려 약은 수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표리부동해 보이는 이미지는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항목이다. 투자를 받기 위한 거짓말, 지나친 과대 포장 등은 결국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투자유치를 위한 자리에서 되도록 말을 아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유창하게 말하기보다 차분하게, 해야 할 말을 하는 데에만 역점을 둔다. 말 많은 사람, 자신의 주장에 대해 부연설명이 많은 사람도 투자유치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적어도 사업에 대한 자기 철학을 가지고 상대에게 접근해야 그에 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가까운 사람들의 투자는 받지 않는 것이 좋다. 가족이나 친구, 친인척 등 주변의 돈을 끌어 모아서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실패 확률이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돈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당황한 나머지 무리한 방법으로 돈을 끌어들이게 되면 자신이 빠져 버릴 웅덩이를 만드는 결과가 되기 쉽다.

최근 이젠을 설립하면서 느낀 일이지만 당당한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갑자기 신뢰하지는 않는다. 오래 두고 지켜본 뒤 그 사람을 평가하기 마련이다. 만약 사업을 위해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다고 해 보자. 당신이 비전밖에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라면 투자자들이 무엇을 보고 투자할 것인가. 하지만 나를 위한 투자, 나를 위한 약속 등 철저한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젠 사장 saralee@e-zen.net>